선거 때마다 지역발전 확약 하고선
집권하면 언제 그랬냐는 듯 뒷짐만
또 속으면 속는 사람만 어리석을 뿐
20대 대통령 선거가 90일 앞으로 다가오면서 여야 후보들이 표심 잡기에 사활을 걸고 있다. 선거분석 전문가들은 다자구도로 치러지는 이번 대선은 예측불허의 깻잎 승부가 될 것이라고 예견한다. 어느 일방으로 표 쏠림현상이 없는 깻잎 한두 장 차이의 초박빙 접전이 펼쳐질 것이란 전망이다.
이에 여야 후보들은 살얼음판 같은 선거전에 명운을 걸고 사력을 다한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는 최근 광주·전남과 전북을 찾아 텃밭 다지기에 공을 들였다. 광주 선대위 출범식에서 이 후보는 “호남은 민주당의 텃밭이 아니라 민주당의 죽비이고 회초리”라며 막연하게 텃밭 정서에 기대지 않고 진정성으로 호남의 마음을 얻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전북을 방문한 자리에선 전북차별론을 거론하며 그동안 소외당해온 전북의 현실에 적극적인 공감을 표했다. 그러면서 새만금 개발과 관련 “40년간 같은 의제를 놓고 얘기만 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국민토론회라도 열어 깔끔하게 정리하겠다”고 확약했다. 전주 금융특화도시와 군산 조선소 익산 식품산업 완주 수소산업 남원 공공의대 등 곳곳을 누비며 지역 현안에 대한 해결도 약속했다. 그의 이런 행보는 호남 민심 결집을 통해 지지율을 끌어올리려는 사전 포석이다.
지난 6일 선대위 출정식을 가진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는 아직 이렇다 할 전북관련 공약이나 정책은 내놓지 않고 있다. 게다가 전북과는 별다른 인연이 없는 데다 당내 대선후보 경선 때도 전북을 찾지 않아 소원한 측면도 없지 않다. 다만 윤 후보 측근들이 나서서 “전북을 무시하지 않겠다”라거나 “앞으로 도민과 소통하면서 전북 현안의 해결책을 찾겠다”는 정도다. 그렇지만 이번 대선이 초박빙의 승부이기에 윤 후보와 국민의힘이 전북을 패싱 하고선 승리를 담보할 수 없는 만큼 파격적인 전북 구애전략이 나올 듯하다.
관건은 대선 후보가 쏟아내는 말과 약속이 과연 진정성이 있느냐다. 우리는 그동안 대선 때마다 후보자의 빈말이나 식언을 번번이 지켜봐 왔다. 16대 대선 때 지지율이 곤두박질친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전북을 찾아 “호남 대통령이 호남에 다 준다는 의혹과 질시 때문에 역차별을 받았지만 나는 그런 점에서 자유롭다. 다시 한번 도와주면 배반하지 않고 꼭 빚을 갚고 보답하겠다”고 맹약했다. 이에 전북도민은 노 후보에게 91.6%라는 몰표를 던졌고 그 덕분에 대통령에 당선됐다. 하지만 새만금 신항만이 정부 계획에서 누락되고 전주권 신공항은 물거품이 되고 동계올림픽 유치권은 강원도에 빼앗기면서 전북도민의 분노가 극에 달했다. 지역 언론에선 노 대통령 임기 내내 배신 역차별 푸대접 단어만 오르내렸다.
이명박 대통령도 다를 바 없다. 선거 유세 때 새만금을 동북아의 두바이로 만들겠다며 글로벌 금융그룹 회장의 투자 약속을 공언했다. 그러나 임기 중 새만금 예산은 찔끔찔끔 언 발에 오줌 누기에 그쳤고 거대한 두바이프로젝트는 한낱 신기루로 그쳤다.
대통령의 허언을 의식했던 박근혜 후보는 “약속한 것은 반드시 실천하는 정치의 새 모습을 보여 주겠다”면서 전북의 탄소산업과 연구개발 분야의 적극 지원을 약속했다. 그렇지만 대통령이 되자마자 전북이 심혈을 기울인 탄소산업 청사진은 찌그러지고 탄소 개발은 대구와 경남 경기도 등으로 쪼개 주고 말았다.
전북의 친구를 자처한 문재인 대통령은 역대 대통령과는 달리 전북을 자주 찾으면서 새만금 개발에 많은 애정을 보였다. 국제공항 건설과 재생에너지 클러스터 그리고 그린 뉴딜 등 새로운 이정표를 세우기도 했다. 그러나 전북도민과 약속한 제3금융중심지 지정과 군산조선소 재가동 남원 공공의대 설립은 사실상 물 건너갔다.
한번 속으면 속인 사람이 나쁘지만 두 번 세 번 속으면 속는 사람이 어리석다. 현란한 말과 그럴듯한 공약에 넘어가지 말고 얼마나 진정성이 있고 실행 의지가 있는지 잘 분별해야 한다. 전북이 결코 흑싸리 껍데기가 아니란 것을 이번 대선에서 분명히 보여줘야 한다. /권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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