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급 출향인사들이 고향 걱정을 땅이 꺼져라고 한다. 예전 같지 않고 활기와 생기를 잃었다고 탄식한다. 전북이 이토록 낙후를 거듭한 것은 이농인구 증가에 따른 단순한 현상이라기 보다는 복합적 요인이 담겨져 있다는 것. 인구 180만 붕괴도 초 읽기에 들어간 것 같다. 전국 7대 도시안에 들었던 도청소재지 전주시가 18위권으로 추락한 것만 봐도 얼마나 전북이 낙후되었는가를 짐작할 수 있다.
정부의 산업화 전략에서 소외된 탓이 크지만 그에 못지않게 내부에도 문제가 있다. 큰 틀에서 보면 전북은 1991년 지방자치제가 부활되면서 발전하기 보다는 다른 지역에 비해 발전이 터덕거렸다. 젊은 사람들의 일자리가 모자라고 돈과 사람이 모이지 않는 곳이 되었다. 95년 민선단체장이 뽑히면서 지역이 자율적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했지만 대부분 단체장의 리더십이 부족해 기대치를 밑돌았다. 결국 단체장을 지낸 사람들만 호의호식하고 말았다.
전북은 지역발전을 가져올 3차례의 좋은 기회를 놓쳤다.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정권시절이 바로 그때였다.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 잡을 기회였다. 사회간접시설 확충을 통해 기업유치를 많이 할 기회였다. 혁신도시건설로 지역균형발전을 가져올 수 있었지만 그걸 지역발전으로 연결시키지 못했다. 유치한 기관마다 아직도 현지화가 덜돼 손님 역할 밖에 못한다. 주말이면 혁신도시를 모두가 떠나버려 적막강산을 이룬다.
전북이 발전 못한 것은 누가 뭐래도 정치권의 잘못이 크다. 국회의원들이 원팀이 돼서 국가예산을 충분하게 가져오지 못했기 때문이다. 임기동안 온갖 특권은 다 누리면서 본인들과 그 가족들만 등 다숩고 배부르게 지냈다. 지역이 발전할 수 있을까해서 혹시나 하고 국회의원 선수를 늘려줬지만 그게 아니었다. 말만 번지르했지 기업 유치 하나 해놓은 게 없다. 그간 국회의원을 지낸 사람 중에는 본인 만큼 국가예산과 지역발전을 위해 밤낮으로 일한 사람이 없다고 볼멘소리를 하겠지만 지금 보면 모든 게 허언이 되었다.
지금 바깥세상 돌아가는 것을 보면 경천동지할 따름이다. 수도권 팽창에 따라 강원 충청권까지 수도권으로 편입, 하루가 다르게 발전해 간다. 전북 사람들은 대형유통시설이 없어 대전 코스트코나 현대프리미엄 아울렛 그리고 부여 롯데아울렛을 즐겨 찾는다. 그 지역 상인들은 전주권 고객이 의외로 많이 와서 물건을 사간다고 말한다. 자금의 역외유출만 계속된다. 지금은 글로벌 경제시대라서 우물안 개구리 같은 사고로는 살아갈 수 없다. 지역 자영업자를 보호한답시고 대형유통업체의 입점을 막은 것 자체가 모순이다. 그런 사고로는 전북을 발전시킬 수 없다.
또 역량이 부족한 사람을 시장 군수로 뽑은 게 잘못이었다. 단체장은 비전을 제시하면서 주민들의 삶의 질을 향상시켜야 하므로 정치력과 전문성 그리고 통섭능력이 요구된다. 그러나 이에 부합된 사람들이 별로 없었다. 오랜 관료생활속에 몸에 벤 권위주의가 아집으로 바뀌면서 독선행정을 폈고 인사권 예산편성권을 방만하게 운영해 임기가 끝나도 업적을 만들지 못했다. 결과적으로 지역정서에 편승한 사람을 단체장으로 뽑다 보니까 지역발전이 뒤쳐졌다.
중앙정치권과 인적네트워크가 약해 자연히 국가예산 확보도 형편 없었다. 지역숙원사업해결은 고사하고 현안만 늘어났다. 오직 재선하려고 적당히 인기위주로 행정을 끌고 가다보니까 지역경쟁력이 생기지 않았다. 표를 얻기위해 선심성예산을 과다하게 편성해서 집행한 결과가 낙후를 가져왔다. 단체장들이 선거때마다 편가르기를 일삼아 지역이 사분오열 되었다.
그간 도민들이 30년 가량을 별다는 문제의식 없이 순응하면서 살다보니까 의식마저도 죽어버렸다. 다른 지역이 어떻게 발전해 가는 지도 별반 관심이 없다. 그렇다고 의기의 성냄이 있는 것도 아니다. 도세도 빈약하고 큰 정치인도 없어서 그렇게 산다고 체념해 버린다. 대선 때 문재인 후보한테 절대적인 지지를 보냈기 때문에 알아서 해줄 것 아니냐는 안일함이 결국 지역을 피폐하게 만들었다. 아닌 것을 아니다라고 과감하게 말할 줄 아는 비판적인 식견이 부족한 게 흠이다. 이제는 선거를 통해 전북정치판을 바꿔야 할 때다. 그래야 살길이 나온다. /백성일 부사장 주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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