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이 섬진강을 그려오면서 ‘섬진강 화가’란 수식어가 붙은 송만규(66) 화백. 그가 이번엔 ‘만경강’을 소재로 자신의 생각과 시선을 오롯이 담아냈다. 사시사철 변해가는 만경강의 물결과 흐름, 그로 인한 감정과 정서가 화폭에서 일렁인다.
“강은 물의 집합체입니다. 오랜 세월 섬진강을 그리다 보니 물에 대한 인식도 확장되더군요. 특히 완주 강변에서 나고 자란 저에게 만경강은 양수이자 젖줄과도 같습니다. 태초의 생명이랄까요.”
약 30년 간 강을 따라 강물에 붓을 담가왔던 송 화백의 그림에는 갈대, 갯버들, 바위 등 자신만이 느낀 만경강의 아름다움과 편안함, 부드러움이 나타난다. 서해를 향해 흐르는 만경강과 드넓은 호남평야를 하나하나 쓰다듬듯 그려냈기 때문이리라.
이번 전시는 완주문화재단 복합문화지구 누에의 지역작가 초대전으로 기획됐다. ‘낮은 데로, 만경강-백만 이랑을 적시며’라는 부제를 달고, 병풍형의 9m 대작 ‘만경강25’를 비롯한 작품 20여 점을 선보인다.
만경강을 매개로 한 작품들은 이전 작품보다 구도가 낮다는 것이 특징적이다. 이에 대해 송 화백은 “물은 옆집 메마른 논을 적시며, 땅에 배를 대고 엎드리며 오체투지를 하는 성직자처럼 낮은 데로, 항상 더 낮게만 향한다. 그래서 물을 도(道)라 했는지도 모르겠다”며 만경강에서 깨달은 삶의 이치를 설명했다.
한국묵자연구회장이기도 한 그는 “묵자 사상의 핵심, 더불어 살아가자는 ‘겸애’를 강물에서 배우면서 강물에 대한 애착이 생겼다. 화가로서 강물을 드러내고 싶었다”고 덧붙였다.
현재는 섬진강과 만경강에 이어 다른 강을 주제로 한 작업에 나섰다. 이와 관련해 내년에는 대규모 전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번 초대전은 4월 29일부터 6월 27일까지 두 달간 완주 누에 아트홀에서 계속된다.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사전예약제로 운영되고, 시간당 10명까지만 입장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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