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일중(1632-1717)의 뒤를 이어 창암이 나타나고, 이창암(1770-1847)의 뒤를 이어 조벽하(1854-1903)가 나와 세 인물이 정립했으니 우리나라의 서예를 논할 때 결코 호남을 홀시할 수 없다.”
매천 황현은 전북 출신 서예가를 이같이 극찬했다. 전북은 예로부터 서예의 본고장으로 꼽힌다. 특히 조선 후기와 근대,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예대가를 꾸준히 배출해온 지역으로 유명하다. 석정 이정직과 벽화 조주승, 유재 송기면, 설송 최규상, 석전 황 욱, 강암 송성용, 여산 권갑석 등이 모두 전북출신으로 중앙 서단과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2021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가 11월 5일부터 12월 5일까지 한국소리문화의전당과 14개 시·군 28개 전시공간에서 열린다.
지난 1997년부터 2년마다 개최, 올해로 13회를 맞았다. 이번 비엔날레 주제는 ‘자연을 품다(回歸自然 회귀자연)’ 이다. 인류 문명사의 원류인 서예에 담긴 ‘자연’의 심오한 원리와 가치를 탐구해보자는 의미를 담았다.
20개국에서 총 3016명이 참가한다.
메인전시는 작가 104명이 참여하는 ‘서예의 역사를 말하다’이다. 고대, 근대, 현대의 서체별 변화와 시대성을 보여주는 전시로 서계의 흐름을 탐색한다. 이용, 정도준, 판궈치앙 등 국내·외 유명 서예작가들의 작품이 전시에 걸린다.
대작을 선보이는 천인천각(千人千刻)전도 흥미롭다. 천인천각은 한국과 중국에서 활동하는 서예작가 1000명이 한 글자씩 돌에 파낸 천자문을 모아 만든 병풍이다. 높이 240cm, 길이 600cm의 대작이다. 한국 서예계 원로 초정 권창륜 선생이 전서체로 작품 제목을 썼다.
‘나랏말싸미’ 전에서는 훈민정음 창제 이후 한글서예의 역사를 살펴볼 수 있는 전시다.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된 훈민정음부터 한글 궁체의 시대별 변화를 만날 수 있다.
한국과 중국 2개국 작가 35명이 참여하는 ‘융합서예전’는 실험적인 작품을 만날 수 있다. 서예와 도자, 조각 등 다른 장르와 융합된 서예가 생동감 있는 예술성을 창조한다.
‘명사 서예전’에서는 대중매체에 많이 노출된 정치인의 작품을 볼 수 있다. 국민의힘 대선 경선을 치르고 있는 원희룡 전 제주도지사와 문희상 전 국회의장, 서예가 강암 송성용 선생의 아들 송하진 전북도지사 등은 자신이 생각해왔던 바를 서예 작품에 담았다.
탁본체험, 나도 서예가 등 쉽고 재미있게 서예를 즐길 수 있는 행사도 열린다.
이선홍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 조직위원장은 “세계서예전북비엔날레는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국제서예전으로 세계적인 행사로 성장하고 있다”며 “서예의 본질을 지키면서도 전북 서예의 세계화, 관광자원화를 실현하는 데 앞장서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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