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2억원 짜리 경항공모함(경항모) 사업이 607조원 규모의 국가 예산을 좌지우지했다. 지난 3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2022년도 정부 예산안의 심의 의결 과정을 압축한 평가다. 당초 정부 예산안에 담겼던 71억8800만원의 경항모 도입사업 예산이 국회 국방위 예비심사 과정에서 5억원으로 대폭 삭감됐고, 이후 여당이 이를 되살리는 반전 드라마가 펼쳐졌다.
야당의 반대에도 경항모 예산은 정부와 여당의 의지대로 부활돼 내년 예산안에 반영됐다. 600조가 넘는 정부 예산안을 막판까지 붙잡은 경항모는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비행장’인 항공모함 가운데 규모가 작은 항공모함이다. 크기가 7만톤 이상인 대형항모와 4만톤 이상인 중형항모, 4만톤 이하의 경항모는 규모에 따라 많게는 70~80대에서 적게는 10여대의 전투기를 싣고 다닌다.
움직이는 다목적 군사기지로 자주국방의 핵심 능력으로 꼽히는 경항모는 김영삼 정부 때부터 25년간 관련 연구가 추진돼 왔다. 이명박 정부 때인 2012년 국회 국방위에서도 해군 강화를 위한 정책 연구에서 수직 이착륙 항공기가 탑재된 경항모가 필요하다는 의견이 제시되기도 했다.
오는 2033년 도입을 목표로 하고 있는 3만톤 급 한국형 경항모는 F-35B 수직 이착륙 스텔스 전투기 10여대와 헬기, 전차, 장갑차, 각종 장비와 3000여명의 해병대 병력도 함께 수송할 수 있는 규모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사업으로 내년 정부 예산안에 기본설계 착수금 62억4100만원 등 71억8800만원이 반영됐다. 총 사업비는 2조 6500억원 정도로 예상되고 있다.
경항모 사업이 추진되면서 국내 대표 조선사인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의 수주 경쟁도 치열하다. 현대중공업은 영국 밥콕사와 한국항공우주산업(KAI), 대우조선해양은 이탈리아 국영조선사 및 한진중공업과 손을 잡았다. 현재까지는 지난 2019년 10월 경항모의 개념설계를 수주해 지난해 12월 완료한 현대중공업이 다소 앞서나가는 양상이다. 무기 체계와 성능의 밑그림을 그린 개념설계를 구체화하는 기본설계 입찰이 내년에 진행된다.
경항모 사업과는 별개로 국내 조선업계는 수주 호황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중공업은 올해 224척 225억 달러를 수주해 지난해 수주액 100억 달러를 두 배 이상 넘어섰다. 군산조선소의 문이 4년 넘게 굳게 닫혀있는 것과 달리 국내 주요 조선소의 배를 만드는 도크는 2023년까지 예약이 차 있다고 한다.
지난 2019년 10월 군산을 방문한 문재인 대통령은 “군산이 가장 아픈 손가락이었다”고 말했다. 전북도와 군산시는 군산조선소 옆에 군함과 관공선 등 특수목적선을 점검하고 수리 정비하는 선진화 단지 구축사업을 추진중이다. 군산조선소에서 경항모 건조작업이 진행되고, 바로 옆 특수목적선 선진화단지에서 군함을 수리하는 활력넘치는 군산의 상상이 현실이 되는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 /강인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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