짧은 분량에 어울리는 글감과 주제의식, 인물과 사건의 탄탄한 구성, 깔끔하게 다듬어진 문장. 이는 단편소설의 기본적인 요건이고 미덕이다. 소설 습작 과정도 이런 점들에 초점을 두고 이루어진다. 심사위원이 갖고 있는 잣대 또한 그것이다.
전체 응모작 가운데 본심에 오른 작품은 <모범에 대하여> 부터 <미결> , <배출> , <소리없는 방> , <스벅 1호점 한정판 머그잔 구매기> , <이불> , <탈곡기> , <해왕성엔 다이아몬드 비가> , <화이트 칼라의 색깔 노트> , <흉터> 까지 모두 열 편이었다. 한 편만 가려 뽑는 심사여서 각각의 작품들이 갖고 있는 장점보다는 흠결을 앞서 들춰볼 수밖에 없었다. 흉터> 화이트> 해왕성엔> 탈곡기> 이불> 스벅> 소리없는> 배출> 미결> 모범에>
추억담을 지루하게 늘어놓는 식의 구성이 산만한 글이나 문장 훈련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은 작품이 안타깝게도 절반을 넘었다. 읽는 재미가 돋보여도 결말을 느슨하게 처리하거나 현실감이 떨어지는 사건을 전개해서는 독자의 공감을 얻기 어렵다는 점도 아울러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심사위원들의 수고를 크게 덜어준 작품이 <이불> 이다. 암으로 엄마를 잃은 조카와 교통사고로 하나뿐인 딸을 여읜 큰이모가 적절한 거리를 두고 서로의 아픔을 보듬어 주면서 살아가는 모습이 절제된 언어에 얹혀 따뜻하게 다가온다. 단편소설다운 구성력 또한 탄탄하다. 잘 다듬어진 문장, 정갈하면서도 맛깔스럽게 읽히는 문체 역시 이 작품의 큰 미덕이다. 그간의 습작 과정이 얼마나 치열했는지를 엿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을 쓴 작가가 앞으로 써나갈 소설이 벌써 기대된다. /심사위원 송준호 우석대 교수 이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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