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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인(壬寅)년을 생각한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2022년이 되었다. 시간은 그저 흘러가는 것인데, 사람들은 경계 표식을 위하여 선을 그어두고 기억의 기준으로 삼아왔다. 서양의 시간인식은 직선으로 나아가는 것으로, 예수의 탄생을 기원으로 삼아 2022년이 흘렀다는 뜻이다. 동양에서는 순환적인 시간인식을 갖고 있다. 사람의 생애를 60으로 삼고, 이것의 순환을 시간인식의 기준으로 삼은 것이다. 그러니까 동양에서는 60년을 기준으로 삼아 시간이 끝없이 순환되는 것이다. 임인(壬寅)은 60갑자 가운데 39번째를 말하는 숫자로서, 올해는 특히 검은 호랑이해를 상징하여 기억한다.

임인년의 기록 가운데, 지금부터 180년 전 조선 말 가객 안민영의 금옥총부(金玉叢部)의 사연이 흥미롭다. 안민영은 ‘임인년(1842년) 가을에, 주덕기를 데리고 운봉으로 명창 송흥록을 찾아왔다. 그때 송흥록의 집에는 신만엽・김계철・송계학 등 여러 명창들이 있었는데, 그들 일행은 함께 송흥록의 집에 머무르면서 수십 일을 실컷 놀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가왕 송흥록이야말로 당대를 대표하는 명창이었지만, 그의 집에 함께 있던 명창들도 역시 19세기 중반 판소리 문화의 핵심에 있었다.

주덕기는 창평군 출생으로, 송흥록과 모흥갑의 고수로 활동했는데, 판소리에 전념하기 위하여 깊은 산에 들어가서 소나무를 베어가면서 독공을 하여 명창이 되었다. 김제철은 충청도 출생으로 ‘석화제’ 스타일을 개발했으며, 신만엽은 여산 출생으로, 가녀리게 소리한 것으로 당대를 풍미했다. 이들은 수십일 동안 판소리와 가곡을 부르고 춤을 추면서 최고의 공연을 질탕하게 즐겼다.

안민영의 기록에 의해 180년 전 임인년의 명창들이 소환되는 이 추억이 흥미롭다. 안민영은 남원・진주 일대 지방에 묻혀있는 뛰어난 명인・명창・명무를 발굴하여, 대원군의 거소인 운현궁으로 데리고 왔다. 안민영의 안목으로 선택된 명인과 기생들은 대원군의 운현궁에서 당대 최고의 공연을 펼쳤다. 대원군은 조선의 예술가를 후원하는 패트런이었고, 그로 인하여 조선풍류를 선도하는 새로운 무대가 완성되었다.

180년 전 임인년에 안민영이 조선의 스타들을 끌어 모아 운현궁에서 경연을 벌였던 일은, 요즘 인기를 누리고 있는 ‘풍류대장’과 같은 국악 오디션 프로그램에 국악 명인이 모여 경연하는 것과 비슷하다. 오디션의 심사위원들은 빼어난 실력과 감식안을 갖춘 이들이다. 그런데 국악인인 경연자들이 나와서 노래를 부르면, 내로라하는 심사위원들이 입을 쩍 벌리며 그들의 기량에 연신 감탄하고, 다물지 못했다. 오랜 세월 우리 민족의 DNA 속에 오래 담겨왔던 국악의 저력이, 이 경연대회를 통하여 발휘되었고, 그 신명에 온 국민이 놀라며 경탄했다.

그런데, 더 놀라운 일은 ‘풍류대장’에 참가한 우리시대의 예술가들이 모두 국악방송 경연대회를 통하여 배출된 인재라는 사실이다. 국악방송은 일찌감치 인재를 발굴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운영해왔고, 이 프로그램을 통하여 인재들을 키워왔다. 그들의 기량이 정점에 올랐을 때, 때마침 생겨난 경연대회를 통하여 제대로 평가받는 무대를 만난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안민영의 임인년을 되새기는 매우 흥분되는 새로운 임인년을 맞이하고 있다. 국악방송은 최근 K-MUSIC의 슬로건을 내세우면서, 이 변화의 흐름을 이끌 방향을 모색하고 있는 중이다. 지금, 새로운 국악의 도약을 위하여 임인년에 안민영이 했던 프로젝트를 되새겨야 한다.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

 

유영대 국악방송 사장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을 지냈으며, 고려대학교 명예교수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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