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병원이 고객에게 수술 등 예상 진료비를 사전에 고지하도록 하는 내용을 골자로 한 개정된 수의사법이 지난 4일 공포됐다. 과잉진료, 진료비 과다 청구 등으로 발생하고 있는 분쟁들이 해소될 수 있을 것으로 보여 반려인들은 환영했다.
기존에 동물병원은 진료비와 진료 항목을 자유롭게 정할 수 있었고 병원마다 진료방식과 진료비 책정 기준, 진료항목의 명칭 등이 달라 이용자가 진료항목과 진료비용을 사전에 판단하기 쉽지 않았다.
실제 지난해 10월 한국여성소비자연합 전주전북지회 소비자정보센터가 전주지역 25곳의 동물병원을 조사한 결과 같은 항목을 진료하더라도 진료비가 최소 1.1배에서 최대 5배까지 차이가 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려견∙반려묘 치과치료(스케일링)의 경우 최저 5만 원에서 최고 25만 원으로 5배 차이를 보였다.
전주에서 고양이를 키우는 박수현 씨(27)는 “고양이를 동물병원에 데리고 갈 때마다 수십만 원의 진료비가 든다”면서 “한번은 아무런 안내도 없이 피검사를 추가로 진행해 10만 원의 검사비를 추가로 냈어야 했다. 수의사 법이 개정되면 이런 피해는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개정을 반겼다.
계속되는 동물병원 진료비 분쟁을 막기 위해 농림부는 수의사법 개정을 추진했고, 국무회의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4일 개정된 수의사법이 공포됐다.
이 법안에 따라 동물병원은 올해 7월부터 수술∙수혈 등 중대 진료를 하기 전 진단명, 진료의 필요성, 후유증과 부작용 등을 설명하고 서면 동의를 받아야 한다. 내년부터는 중대진료를 하기 전 예상 진료비용도 함께 해야 한다. 또한 수의사가 2명 이상인 동물병원은 내년부터, 수의사가 1명인 동물병원은 내후년부터 병원 내에 진료비용을 게시해야 한다. 동물병원은 게시한 금액을 초과해 진료비용을 받을 수 없다.
아울러 이번 개정안 공포 후 2년 안에 동물의 질병명, 진료항목 등 표준화된 분류체계를 마련해야 한다. 또한 진료비용 등에 대해 동물병원 측이 게시한 비용과 산정기준 현황을 조사해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반려인들은 개정된 수의사법을 환영하는 반면 수의사들은 개정된 수의사법으로 인한 부작용을 우려했다.
대한수의사회는 성명서를 통해 “동물보호자의 진료비 부담을 직접 줄일 수 있는 방법은 외면하고 민원이 다발하는 문제에 대해서만 땜질 식으로 법 개정을 했다“면서 “동물의료는 어느 한 쪽에만 의무를 부과하거나 권리를 강화한다고 해서 발전을 이룰 수 없다“고 비판했다.
전북수의사회 관계자는 “동물 진료 특성상 여러 진료를 동반해야 정확한 진단을 할 수 있는 경우가 많다“며 “법 개정으로 인해 사전에 공지한 진료 항목 외에 진료를 할 수 없다 보니 적절한 진료를 할 수 없는 상황도 나타날 수 있을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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