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의 재난 컨트롤타워인 전북소방본부는 지금 이 시간에도 위급한 상황에 놓인 도민을 구하기 위해 현장으로 나서고 있다. 3년째 이어지는 코로나19, 전국 곳곳에서 발생하는 대형화재에 맞춘 양질의 소방서비스 제공도 전북소방본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지난달 4일 취임한 제18대 최민철(51) 전북소방본부장을 만나 각오와 계획을 들어봤다.
취임을 축하드립니다. 전주가 고향이신데요. 소방제복을 입은 후 고향에서는 첫 근무입니다. 소회나 각오가 남다르실 것 같습니다.
“전주에서 태어나 유년시절을 보내고 서울에서 대학을 나온 뒤로 소방관으로 소방방재청, 강원도, 광주광역시, 경기도를 거쳐, 지난달에 전북에서 처음 근무하게 됐습니다. 고향에 오니 편안함도 있지만, 전북의 육상 재난을 총괄해 180만 도민의 생명과 안전을 책임지는 중책을 맡게 돼 무한한 책임감을 느낍니다. 편안할 때도 위기를 생각한다는 거안사위(居安思危)의 자세로 더 나은 소방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는 약속을 드립니다.”
2022년 전북소방의 목표는 무엇인가요. 추진 예정 사업이나 정책을 설명해주세요.
“소방안전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도시발전 등으로 소방 수요가 증가한 김제 검산동과 전주 조촌동에 119안전센터 신설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늘어나는 고층 건축물화재에 대응하기 위해 오는 12월에는 70m 고가사다리차가 배치되고, 소방항공의 임무 효율을 높이기 위해 오는 10월 중에는 노후 소방헬기가 중형급 신형헬기로 교체됩니다. 재난 취약자들에 대한 세심한 안전대책과 다중이용시설, 노유자 시설 등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 마련에도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전북은 농어촌 지역이 많은데 이 지역은 상대적으로 구조,응급의료서비스가 취약합니다. 골든타임 확보를 위해 어떤 조치를 계획하고 있습니까?
”119구조서비스 강화를 위해 펌프구조대를 기존 4개대에서 11개대로 확대해 운영합니다. 아울러 완주소방서 상관지역대, 군산소방서 서수∙회현지역대 등 3개소에 구급대를 추가로 배치합니다. 이로써 전북소방본부는 총 102개의 구급대가 운영됩니다. 재난현장에는 소방대의 도착시간이 빠를수록 그 피해는 줄어듭니다. 재난 초기 신속하고 효율적인 대응을 위해 전문인력을 확보하고, 보다 촘촘한 구조·구급대 배치를 통해 도민이 행복한 일상을 누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소방을 비롯한 코로나 대응 공무원이 격무에 시달리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있습니다. 현재 소방의 상황은 어떻습니까?
”최근의 급격한 코로나19 확산속도는 상황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으며 환자이송을 담당하고 있는 119구급대의 업무는 더욱 가중되고 있는 형편입니다. 지금까지 코로나19 관련 전북소방본부가 이송한 인원은 코로나19 확진자 1만 1500여명, 의심환자 1만 4500여명, 해외입국자 1만 7900여명입니다. 코로나19 확진자와 의심자 이송을 담당하면서도 다른 응급환자를 신속하게 처치·이송하는데 공백이 생기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구급대원과 구급차가 충분히 뒷받침돼야 합니다. 이에 단기 대책으로 구급 대체인력 64명을 모집해 구급차 10대를 추가 운영하려고 합니다. 이는 코로나19로 피로감이 누적된 구급대원에게 큰 활력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습니다.”
소방공무원 순직사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안전사고의 책임이 엄중해지고 있어 소방공무원의 재난현장 상황판단과 임무수행 관련 지식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에 대한 직원교육은 어떻게 진행하고 있습니까?
”재난상황에서는 다양한 경험과 과학적 지식에 기반한 상황판단과 임무수행이 필요합니다. 전북소방은 ‘공부하는 풍토 조성’에 방점을 두고 화학물질 대응기술과 현장지휘, 초고층 건물 화재대응 및 비상탈출법 등 사례를 중심으로 한 체감형 교육 과정을 개설해 이달부터 온라인 교육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또한 감염병과 전기차 화재 대응, 드론 운용, 항공기 환자 이송 등 시대 흐름에 맞는 전문대원 양성과 능력 있는 현장지휘관 역량강화 교육에 주력하는 등 올해 159개 과정 1305명에 대한 교육계획이 마련돼 있습니다. 또한 현재 장수군에 건립 중인 소방안전타운에 소방교육대 신설을 추진하고 있으며, 사업이 완료되면 전북 특성에 맞는 특화된 교육체계 운영이 가능해져 소방공무원의 교육품질 향상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됩니다.”
마지막으로 도민과 전북일보 독자들에게 하시고 싶은 말씀 부탁드립니다.
”인간다운 삶을 영위하기 위한 필요조건인 ‘안전’을 지키기 위해 3300여명의 전북 소방공무원과 8200여명의 의용소방대원이 안전문화 확산을 선도하겠습니다. 도민 여러분들의 동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우리가 머무는 가정, 일터의 안전에 먼저 관심을 가져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모든 생활이 불편하고 힘드실 거라 생각합니다. 하지만 우리는 반드시 이겨낼 수 있다는 믿음으로 방역수칙을 철저히 준수하고, 우리가 바라는 일상으로의 회복이 성큼 다가오길 기원합니다.”
최민철 소방본부장은⋯
최민철 전북소방본부장은 풍부한 현장경험과 탁월한 지휘력으로 직원들 사이에 신뢰가 두텁고, 적극적이고 합리적인 행정역량을 두루 갖췄다는 평을 듣고 있다.
최 본부장은 일반 소방관과 다른 특이한 이력을 가지고 있다. 사법고시 출신이란 점이다.
전주 출신인 최 본부장은 서울대학교 공법학과를 졸업했다. 제44회 사법고시에 합격한 뒤 사법연수원(34기)도 수료하고 법조인의 길 대신 소방관의 길을 선택했다.
최 본부장의 이러한 선택은 연수원시절 ‘행정에도 법률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생각에서 시작됐다. 그는 연수원 지도교수를 찾아가 자신의 생각을 이야기 했고, 지도교수는 “법학을 공부한 사람이 행정에도 진출할 필요가 있다. 재난 분야에 가면 분명 많은 일을 할 수 있을 것이다”고 조언했다고 한다.
해가 갈수록 재난에 대한 업무의 범위가 커지고 있던 상황에서 당시 소방방재청(현 소방청)에서 마침 제1회 사법고시 특채도 선발하면서 최 본부장의 소방을 향한 길은 정해져있었던 셈이다.
그는 “선진국화 될수록 재난에 대한 업무의 비중이 더욱 커지고 법률도 체계화되고 구체화될 필요가 있었다”면서 “행정에 법률을 공부한 이들이 많을수록 시대의 흐름에 따라 법률체계를 유기적으로 바꿀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 본부장은 입사 후 소방방재청 대책계장, 강원도 철원·속초·영월소방서장, 강원소방안전본부 종합상황실장, 광주시 소방학교장, 국민안전처 119생활안전과장, 소방청 119생활안전과장·119구조과장, 경기도 소방학교장 등을 지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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