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구쟁이 기영이가/예지 의자에 물을 뿌려 놓았다./청소 시간에 몰래/나는 기영이 의자에 풀을 칠해 놓았다./청소가 끝나니 선생님은/자리를 바꾸란다./아차, 오늘은 자리 바꾸는 날/그 자리에 예지가 앉았다.”(‘재수 없는 날’ 전문)
담백하고 수수한 문체로 오랫동안 사랑받아온 복효근 시인이 동시집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을 펴냈다. 시인의 첫 동시집이자 미디어샘 출판사 동시집 시리즈의 첫 시집이다.
시집에 수록된 49편의 동시는 어린 화자의 천진난만하면서도 때 묻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본 가족과 친구, 일상, 자연의 모습을 담아냈다. 복효근 시인만의 재치있으면서도 번뜩이는 시어나 작품세계가 웃음을 자아낸다.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세상은 재미있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거워지기도 한다. 앞 부분에는 순수한 아이의 시선이 독자들까지 재미있게 하지만, 뒤로 갈수록 순수한 아이의 시선으로 바라본 어른들의 세상이 슬퍼지게 만들기도 한다.
“할머니도 내 동생처럼/나를 보면 웃는다.//할머니도 내 동생처럼/가끔 우신다.//할머니도 내 동생처럼/엄마를 엄마라고 부른다.//우리가 치매 요양병원에서 떠날 때면/동생처럼 빠이빠이를 한다.”(‘할머니’ 일부)
이밖에도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를 담았다. 동심과 만난 복효근 시인의 자연 이야기가 복효근 시인을 사랑하는 독자들의 마음을 흔든다. 복효근 시인은 자연을 소재로 한 서정시로 사랑 받는 시인이기 때문이다.
그는 어린 화자의 마음이 되어 차나무의 차꽃을 보며 비행기꽃은 어떻게 생겼을까, 미루나무가 바람에 흔들리는 모습을 보며 구름을 쓸어내는 빗자루에 묘사하기도 했다. 아이다운 생동감 넘치는 시선과 마음을 잃지 않고 아이의 시선에서 세상을 노래했다.
복효근 시인의 첫 동시집 <나도 커서 어른이 되면>은 어린이뿐만 아니라 어른들도 공감할 수 있는 책이다. 어른도 어린이로 지냈던 시절이 있고, 같은 시선으로 세상을 봐서다. 아이의 눈으로 만나는 무한한 상상력의 세계와 엉뚱하고도 사랑스러운 아이들의 속내가 끝도 없이 펼쳐진다.
복 시인은 전라북도 남원에서 태어났다. 그는 지난 1991년 ‘시와시학’으로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으로 <당신이 슬플 때 나는 사랑한다>, <버마재비 사랑>, <새에 대한 반성문> 등이 있다. 그는 편운문학상 신인상, 시와시학 젊은시인상, 신석정문학상 등을 수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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