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지난 6일 시·도지사협의회 간담회에서 ‘본격적인 지방시대를 열겠다’고 밝혔다. “지역의 발전이 국가발전이고, 이제 지역 균형발전은 우리가 선택할 수 없는 필수사항”이라고도 했다. 저출산·고령화 시대, 수도권 인구 집중 현상까지 더해져 지방 소멸 위기가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상황에서 국가 균형발전에 대한 새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기대하게 하는 발언이다. 윤 당선인의 이번 발언이 전국 시·도지사들의 균형발전 정책 요구를 의식한 일회성 립서비스는 절대 아닐 것이다. 새 정부는 이 같은 의지를 정부 조직개편과 국정과제, 그리고 주요 정책을 통해 확실하게 보여줘야 한다.
사실 역대 정부가 균형발전을 수도 없이 강조했지만 결과적으로는 불균형만 키웠다. 정책공약에도 불구하고 수도권 위주의 국가 운영 기조에서 좀처럼 벗어나지 못한 탓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해 10월 국회 시정연설에서‘더욱 강한 블랙홀이 되고 있는 수도권 집중현상과 지역 불균형은 풀지 못한 숙제’라며 그 한계를 인정했다. 수도권이 지방의 사람과 자본을 빨아들이는 거대한 블랙홀이 돼 급격하게 구멍을 넓히고 있는데도 ‘집값 안정’을 내세운 정부의 수도권 신도시 건설 정책은 전혀 흔들림이 없었다. 그러면서 수도권의 공간적 범위는 넓어졌고, 대한민국은 수도권과 지방으로 양분·양극화됐다.
사람과 재화가 한 곳으로 몰리는 수도권공화국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극약처방이 필요할 수도 있다. 비대해진 수도권, 소멸하는 지방을 정상으로 되돌려 균형을 맞추기 위해서는 지금까지 그랬던 것과는 반대로 수도권에서 상대적 불이익과 불편을 감내해야 한다. 전체 인구의 절반을 넘어선 수도권 주민의 반발과 정치권의 압력도 예상된다. 하지만 이를 국민의 요구이자 민심이라고 포장해 어렵게 꺼내든 칼을 집어넣어서는 안 된다.
균형발전 정책은 지방에 대한 배려 차원이 아니다. 지역의 소멸이 국가 소멸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의 생존전략이 되어야 한다. 진정한 지방시대를 열기 위한 균형발전 정책은 새 정부가 최우선 과제로 추진해야 할 시대의 소명이다. 부디 출범을 앞두고 굳건하게 표명한 새 정부의 균형발전 정책 의지가 용두사미로 끝나는 일이 없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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