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초필쟁(分秒必爭)-. 1분 1초도 소홀히 하지 않는다는 사자성어이다. 박성일 완주군수의 요즘 군정 챙기기를 놓고 주변에서 나오는 말이다. 민선 6기와 7기 두 번의 임기 8년의 마무리를 앞둔 시점이지만 오히려 열과 성을 다해 핵심 사업을 돌보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로 박 군수는 지난해 11월에 3선 불출마의 용퇴를 선언한 후 마지막까지 지역발전의 혼을 불태우려는 듯 내년도 국가예산, 심지어 내후년 신규사업 발굴까지 현안 하나하나에 신경 쓰며 시간을 잘게 쪼개 쓰고 있다. 완주군을 국내 최고의 지자체 반열에 올려놓고 퇴임을 한 달 여 앞둔 그를 만나 그간의 소회와 향후 계획 등을 들어 보았다.
재선 단체장의 임기 종료를 앞두고 있다. 그간의 소회는 어떠한가?
“정읍 부시장과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사건 처리지원단장, 행안부 감사관, 전북도 행정부지사 등과 선출직 단체장 임기 8년 등 40여 년의 공직생활을 마무리하면서 지역민들로부터 과분한 사랑과 은혜를 입었다. 그동안 적극 동참해주신 군민 여러분과 고락을 함께 해준 군청 직원들에게 감사할 따름이다.”
민선 7기 지자체장 선거에서 전국 3위에 해당하는 무려 76.8%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됐고, 군정도 잘 이끌어 주변의 3선 출마 권유가 많았다. 그럼에도 왜 길을 멈추었는가?
“두 번의 임기 동안 완주의 미래를 위해 온 힘을 다 해왔다. 여기까지가 내 고향 완주를 위해 할 수 있는 역할이라 생각했다. 나설 때도 중요하지만 물러설 때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왜 ‘박수칠 때 떠나라’라는 말도 있지 않은가. 새로운 리더십도 필요한 시점이다. 메타버스와 ESG 경영 등 세상은 급변하고 있고, 행정이 변화의 흐름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새 리더가 필요하다. 능력 있는 후배에게 길을 터 줘야 하겠다고 생각했다.”
지난 8년의 재임 기간에 가장 역점을 둔 가치는 무엇인가?
“단연코 ‘군민 행복’이다. 군정의 주인은 군민이고, 군정이 지향해야 할 최고의 가치는 주인인 군민의 행복이다. 이를 위해 ‘소득과 삶의 질 높은 행복 으뜸완주’를 실현하려고 노력했다. 소득은 ‘성장’을 뜻하고, 삶의 질은 ‘분배’에 해당한다. 완주군 성장을 위해 수소경제 등 신산업을 육성하고, 산단 조성과 기업 유치 등 일자리 창출에도 총력을 기울였다. 로컬푸드를 강화해 소셜굿즈로 확장했고, 사회적경제 일자리 마련에 전력투구해왔다. 군민행복과 가장 밀접한 삶의 질 향상을 위해선 공동체 문화도시 육성, 교통복지 향상, 어르신 복지 총력, 평생학습 도시 실현, 아파트 르네상스 추진, 도서관과 수영장 등 대도시 수준의 스포츠·여가시설 인프라 개선, 유니세프(Unicef) 아동친화도시 선정과 WHO 고령친화도시 인증 등 3대 친화도시 등에 주력해왔다. 어느 정도 실현한 것 같아 보람을 느낀다.”
보람을 느끼는 성과를 3가지로 압축한다면 무엇인가?
“아무래도 수소경제와 문화산업 등 미래 100년 먹거리 성장동력 창출, 자족도시 정주기반 구축, 공동체 회복과 주민 자치역량 강화를 들 수 있다.
수소경제는 도와 정치권, 전문가 등과 힘을 합쳐 수소용품 검사지원센터, 에너지저장장치(ESS) 안전성평가센터 등 연료전지 인증 원스톱 체계를 구축할 3대 기관·사업을 모두 유치하는 성과를 거뒀다.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법정 문화도시‘로 선정된 것과 첫해 사업 최우수 평가를 받은 것도 보람이다. 이들 수소와 문화를 통해 미래 100년 신(新)완주시대 대도약의 기틀을 마련했다고 자부한다.
아울러 산단 1000만㎡ 시대 개막과 기업 유치, 삼봉웰링시티와 복합행정타운 등 1만1000세대 규모의 명품 주거단지 조성 등 자족도시 기반 강화, 주민참여 예산제 도입과 확대를 통한 자치역량 강화 등을 꼽을 수 있다.
이밖에 사회적경제 1번지 농토피아 완주 실현, 공약이행 최우수 평가 등도 기억에 남는 성과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수소경제와 문화도시는 박성일 군정의 오롯이 오롯한 자산이다. 앞으로 어떻게 가야 한다고 생각하나?
“수소경제는 국가 인증기관 등 핵심 인프라 유치를 통해 튼튼한 디딤돌을 깔았다. 이제는 수소특화 국가산업단지 조성 등 수소 전문기업을 담아낼 거대한 그릇을 조성하는 일이 중요하다. 대선공약에도 포함돼 있는 만큼 꼭 특화산단이 실현되어서 완주군이 수소경제의 메카로 빅 스텝(Big-step)에 나섰으면 한다. 법정 문화도시 선정을 통해 다양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문화로 군민의 삶이 변화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발전해 나가길 희망한다.”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다.
“환경 문제에 보다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가장 아쉽다. 아울러 에너지 자립 문제, 동학과 웅치·이치전투 등 완주 중심의 정체성 확립 문제, 만경강 살리기 등에 좀 더 군정 역량을 집중하지 못한 아쉬움이 남는다.”
재임 기간 중에 많은 상을 받았다. 가장 기억에 남은 수상은 무엇인가?
“지난 8년 동안 완주군의 외부 기관 수상 등은 대통령상 8회와 국무총리 표창 19회 등 총 415회에 달한다. 그 중에는 전국 지자체 일자리대상 12년 연속 수상, 공약이행 평가 8년 연속 최우수 SA등급, 지자체 혁신평가 5년 연속 우수기관 선정, 대한민국 도시대상 3년 연속 군 단위 1위, 대중교통 시책평가 3년 연속 전국 1위(E그룹) 등 주요 연속 수상도 많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수상은 지난 2016년에 받았던 ‘제8회 다산목민대상’에서 대상인 대통령상을 받은 것이다. 전북 지자체 중 첫 수상이고, 전국의 모든 단체장이 받고 싶어 하는 상이어서 주변의 부러움을 샀다.”
요즘 ‘버스군수’라는 애칭이 화제다. 완주형 교통체계는 무엇인가?
“기존의 전주 중심 종적 교통체계를 완주 군민을 위한 완주군 중심의 횡적체계로 전환한 점이 골격이다. 완주군은 산간 벽지마을들이 넓게 분포해 주민 이동권에 제약이 많았다. 이를 주민 맞춤형 대중교통 서비스 체계로 보완 추진한 것이다. 전북 최초의 버스공영제 도입과 주민 수요에 맞추는 콜버스, 중고생을 위한 통학택시, 어르신들을 위한 500원 으뜸택시, 장애인 콜택시 등 운행도 중심을 이룬다. 한마디로 지역별·계층별 주민 수요에 따른 ‘맞춤형 대중교통’을 제공하는 체계라 할 수 있다.”
공직생활 중에 고수해온 원칙은 무엇인가?
“세 가지이다. 진정으로 주민을 위한 것인가? 상식과 원칙에 맞는가? 미래지향적인가? 원칙이 나침반이라면 소통은 속도계이다. 행정도 방향과 속도가 중요한 만큼 원칙을 중시하면서 최대한 직원들과 소통하려 노력했다.”
직원들에게 항상 문제의식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 이유는 무엇인가?
“흔히 ‘현장에 답이 있다’고 말하지만 문제의식 없이 현장에 가면 답이 없다. 현장을 백번 방문해도 문제의식이 없으면 아무런 의미가 없다. 과거 정읍부시장으로 일할 때 청사 계단에 군자란(君子蘭)이 있었다. 매번 계단을 오르내리는 나의 눈에는 아름다운 꽃과 잎만 보였다. 그런데 당시 시장께서 군자란 잎을 한번 훑으며 계단을 올라가시더니 ‘먼지가 많이 쌓여 있다’라고 직설하셨다. 이때 충격을 받았다. 내 눈에는 보이지 않았던 먼지가 단체장 눈에는 보였던 것이다. 이것이 문제의식 유무의 차이이다.”
후임 단체장에게 당부하고 싶은 말씀은 무엇인가?
“리더는 비전을 제시하고 인적·물적·정보 등의 자원을 동원해 비전을 실현해 가는 사람이다. 화합과 소통을 통해 군민의 지혜와 힘을 모으고, 비전을 하나씩 실현해 나가길 희망한다.”
그렇다면 후배 공직자, 혹은 신임 공무원에게 무엇을 당부하고 싶은가?
“가끔 신규 직원들이 공직생활을 단순히 직업화(化)로 치부하는 것 같아 매우 아쉽다. 공직자는 주민을 모신다는 소명의식을 갖고 무한봉사에 나서야 한다.”
퇴임 후 가장 하고 싶은 일은 무엇인가?
“42.195km 마라톤을 완주한 선수처럼 몸과 마음이 탈진한 상태이다. 모든 것을 다 내려놓고, 가족과 함께 온전히 쉬는 시간을 갖고 싶다.”
끝으로 군민들에게 한 말씀 하신다면?
“지난 8년 동안 같이 해 주시고 동참해 주신 모든 군민들께 깊은 감사를 드린다. 부족한 저에게 따뜻한 사랑과 깊은 은혜를 베풀어 주셨다. 이런 사랑과 은혜를 잊지 않을 것이다. 거듭 존경과 감사의 말씀을 드린다.”
<박성일 완주군수 프로필>
-1979년 행정고시 합격
-1981년 공직생활 시작
-정읍시 부시장
-국무총리 산하 제주4.3사건 처리지원단장
-행정안전부 감사관
-국민권익위 상임위원
-전라북도 행정부지사
-민선 6기, 7기 완주군수
완주=김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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