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꿔봤자 누군가 또 적어두면 말짱 도루묵이에요.”
18일 찾은 완산구 효자동 원룸가 곳곳에서 ‘보안 불감증’이 만연해있었다. 이곳 원룸 건물 중 무작위로 20곳을 선정해 둘러본 결과 무려 15곳의 공동 현관문의 비밀번호가 노출돼 있었고, 비밀번호 옆에는 공동현관문을 여는 방법까지 친절하게 설명이 돼 있었다.
실제 현관 주위에 적혀있는 번호와 설명문을 보고 눌러본 암호로 기자는 이날 처음 가본 ‘남의 집’ 공동현관문을 쉽게 열 수 있었다. 또 나머지 5곳에는 직접적인 번호만 적혀있지 않았을 뿐, 이미 많은 사람의 손길을 거친 도어록은 특정 숫자와 # 버튼의 페인트가 벗겨져 외부인이 쉽게 유추할 수 있어 이 또한 위험해 보이긴 마찬가지였다.
유치원생 자녀를 둔 박모 씨(37)는 “안 그래도 다른 주거시설보다 보안이 빈약한 원룸이라 항상 문단속에 신경을 쓰는데,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대부분 노출되고 있다는 소식을 접하니 가까운 거리라도 아이를 혼자 둘 수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같은 날 방문한 전북대학교 주변 원룸가의 상황은 더욱 심각했다. 효자동 원룸가에 비해 노후된 건물이 더욱 많아 인근 원룸들의 보안 시설이 훨씬 열악했다. 이날 전북대 주변 원룸 20군데를 확인해 본 결과 이곳 또한 7곳의 공동현관에 비밀번호가 적혀 있었고, 그 중 몇 군데의 현관에는 2~3개의 비밀번호가 적혀져 있어 비밀번호가 바뀔 때마다 적어둔 것으로 보였다. 또 8곳은 잠금장치가 아예 없거나 잠금장치가 존재해도 공동현관을 열어두고 생활해 잠금장치의 기능을 잃고 있었다.
이 일대에 거주하고 있는 정은지 씨(22)는 “하루에도 몇 번씩 지나다니는 문이지만 관심을 가지고 본 적이 없어 우리 빌라의 공동현관 비밀번호가 노출된 사실 몰랐다”며 “한 번씩 배달을 시키면 공동현관 비밀번호를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현관문 바로 앞까지 배달될 때가 있어 어떻게 들어왔는지 궁금했던 적이 있다”라며 불안함을 나타냈다.
이와 관련 경찰 관계자는 “배달 사원들과 택배 기사분들이 일하시며 편의를 위해 써 둔 것으로 파악된다”며 “불특정 인원이 써두는 정보라 방지는 불가하지만, 입주민들은 가급적 외부인에게 알려주지 말고, 각 세대에서 개별적으로 공동현관을 컨트롤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도 필요해 보인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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