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새만금 내부용지 개발의 첫 작품인 ‘수변도시’가 오는 2024년 말 윤곽을 드러낼 예정이다. 새만금 수변도시는 인구가 정주와 관광, 산업까지 어우르는 핵심 계획인 만큼 이 사업의 성공 여부가 새만금 전체의 운명을 결정지을 전망이다.
수변도시는 새만금 간척지 내에서 만들어지는 인공도시로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명소인 ‘팜 주메이라’나 이탈리아 베니스, 호주의 골드코스트를 모델로 조성된다. 그러나 새만금 수변도시를 둘러싼 자연적 여건과 정치·경제적 여건은 녹록지 않은 상황이다.
△새만금 개발의 변곡점 ‘수변도시’
새만금 내부개발의 변곡점으로 꼽히는 수변도시는 새만금 국제협력용지 내에 주거와 업무, 관광·레저가 가능한 ‘자족형 스마트도시’를 그 골자로 하고 있다.
수변도시 사업은 2018년 6월부터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진행한 예비타당성 조사를 통과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이 사업은 예타 종합평가(AHP)에서 0.585점을 획득해 사업시행이 타당(0.5 이상은 사업시행 타당)그 경제적 효과가 입증됐다.
수변도시 매립은 내년 6월 준공을 목표로 준설 공사와 제방 공사를 하고 있다. 이번에 물막이를 위한 사석 제방(10.46㎞)이 완료되면서 매립 공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새만금개발청과 새만금개발공사는 매립 공사를 마무리하는 대로 조성 공사를 시작해 2024년 12월 조성을 완료한다는 계획이다.
새만금 국제협력용지 서쪽에 6.6㎢(200만 평) 규모로 들어서는 수변도시는 거주 인구 2만 5000명을 목표로 하는 자족형 복합도시다. 2024년까지 총사업비 1조 3476억 원을 투입해 용지 매립과 부지 조성을 완료할 계획이다. 새만금 내 최초의 거주공간으로 새만금에 대한 '국민 체감도'를 높일 핵심 사업으로 꼽힌다. 도시 기능은 창의문화지구와 생태주거지구, 국제업무지구, 공공클러스터, 스마트밸리, 레저지구 등 7개의 거점 구역으로 구분하고, 각 거점을 공원·녹지축으로 연결해 해외 주변 수변도시들의 모습을 연상케 하고 있다.
△윤석열 정부와 새만금 수변도시
윤석열 정부는 새만금 수변도시를 ‘전북은 기회의 땅이자 가능성의 땅’이라며 비상한 관심을 보이고 있다. 윤 대통령은 취임 이전부터 새만금에 새로운 모델을 만들어 국제적인 경제도시로 만들겠다 약속했으며, 전북 출신인 한덕수 국무총리는 지난달 직접 수변도시 공사현장을 찾아 김관영 전북지사의 의견을 듣고, 비전을 제시하기도 했다.
김 지사의 비전 역시 수변도시의 성공과 맞닿아 있다. 김 지사는 국회의원 시절부터 새만금을 국제적인 해양관광도시로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한 인물인 만큼, 테마파크와 복합리조트가 어우러진 ‘물의도시’를 꿈꾸고 있다.
△수변도시 성공조건
새만금 수변도시의 성공조건은 배후단지의 개발이 얼마만큼 잘 되느냐에 달렸다는 분석이다.
배후단지가 잘 개발되고 신항만, 국제공항이 다른 외국의 수변도시 수준으로 기능해야 일자리가 창출되고, 수변도시에도 인구가 정주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제 물동량을 대폭 늘려야 기업유치가 원활해지면서 수변도시가 매력적인 도시로 탈바꿈 할 수 있게 된다. 아무리 매력적인 도시라 하더라도 정작 주변에 일자리나 교통시설이 부족하다면 인구 유입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이럴 경우 상권이 형성되지 않기 때문에 수변도시는 죽은도시가 될 우려가 있다.
대안으로는 새만금 신항만(이하 신항만)에 인접해 물동량을 창출하는 산업단지를 만드는 일이다. 새만금 기본계획상 수변도시 인근에 신항만을 뒷받침하기 위해 4.4㎢규모의 항만경제 특구조성계획이 있지만 아직 공간구상만 돼 있을 뿐 구체성이 부족하다.
이에 신항만과 새만금 방조제 사이 폭 700m, 총 연장 3km규모로 계획된 수로를 매립해 총 210만㎡(63만5000평)의 배후부지를 추가로 확보해야 한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또 수변도시 성공을 위해서는 일자리의 근간이 되는 배후단지의 조성을 위해 조속히 국가관리 무역항 지정과 함께 항만건설기본계획을 변경, 배후부지의 확대에 나서야 한다는 지적이다. 또 크루즈터미널과 국제공항을 연계해 새만금이 국내외 관광객들을 대폭 끌어들일 경유지로서 기능해야 한다는 분석이다.
△해외의 수변도시
해외의 대표적인 수변도시는 이탈리아의 베네치아(베니스)가 꼽힌다. 베네치아는 새만금과는 매우 다른 입지와 자연환경 역사적 배경을 가지고 있지만, 전 세계 각국의 수변도시의 기본모델인 만큼 그에 대한 관심도 남다르다. 새만금의 궁극적인 목표도 대한민국의 베네치아로 지금까지 이어져 오고 있다.
역사적으로 베네치아는 본래 섬에 가까운 지역이었다. 이후 난민과 상인들이 대거 유입되고 주민 수가 늘어나면서 베네치아인들은 이 일대를 간척하기 시작했다. 이 당시의 간척사업은 새만금이나 네덜란드에서 이루어졌던 간척과는 큰 차이가 있다. 바다를 막아 담수화시킨 후 매립하는 일반적인 간척과 달리, 제방 없이 나무를 엮어 파도만 막을 수 있는 정도로 벽을 쌓고 거대한 나무 말뚝을 촘촘히 박아 기초공사를 완성했다. 이 말뚝 위에 기단을 세우고 그 위에 벽돌을 쌓아 지금의 도시를 건설한 셈이다. 그리고 점차 도시가 성장하면서 갈수록 간척지도 넓어졌다. 베네치아도 결국 무역 등 상업의 발달과 이로 인한 정주수요 확대, 지리점 이점이 극대화되면서 오늘날의 수변도시로 탄생하게 된 것이다.
아랍에미리트 두바이의 팜 주메이라는 야자수 모양의 인공섬으로 두바이를 상징하는 수변도시 중 하나다. 이곳에는 복합리조트와 호텔은 물론 두바이의 화려한 타운하우스가 밀집해 있다. 도시 구역 내부에는 모노레일 등 대중교통이 잘 갖춰져 있고 유명 레스토랑, 워터파크 등 즐길 거리도 풍부하다. 팜 주메이라 간척사업은 피라미드 2개 분량에 달하는 돌과 모래를 사용해 인공섬을 조성했다. 모래는 사막 모래가 아니라 해안 모래(Marine Sand)를 사용했고, 섬을 둘러싸는 방파제 건설을 시작으로 섬을 조성해 나갔다.
지금의 뛰어난 경관을 만들게 한 기술과 물의 순환, 생태계 조성도 수반됐다. 팜 주메이라에는 진동 압축(Vibro Compaction)기술이 적용돼 지반을 돌과 모래 사이의 공기와 물을 제거함으로써 본토보다 지반이 2배 정도 단단하게 만들었다. 지반의 안정성은 간척사업의 핵심이기도 하다. 해수유통이 논란이 되는 것도 관리 수위 1.5m가 지켜지지 않을 경우 지반여건이 크게 변화할 수 있다는 우려에 있다. 물은 순환 문제는 섬 안쪽에 갇힌 담수가 썩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가장 바깥 쪽 방파제에 2개의 통로를 조성해 섬 안팎의 물 순환이 가능토록 했고, 2주 간 물이 순환되도록 조치했다. 생태계 복원은 두바이 본토의 표토(토양 표면 가장 위에서부터 5-20cm의 토양. 유기물질과 미생물의 농도가 높고 거의 모든 토양 내 생물학적 활동이 이루어지는 장소)를 옮겨와 식물의 자생여건을 만들었다.
호주의 골드코스트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백사장과 해안선으로도 유명하지만, 도시 안쪽에는 만은 호수가 있고, 그 주변에 가구들이 정주하는 수변도시의 형태를 띠고 있다. 이 도시는 호주 퀸즈랜드주 남동쪽에 위치해 있으며, 교통편은 주도 브리즈번에서 약 78km, 전철로 약 1시간 30분 거리에 있다. 골드코스트의 인구는 약 59만 명으로 호주에서 6번째로 큰 도시이여, 전체 면적은 약 414㎢로 새만금과 비슷하다.
골드코스트 수변도시는 동쪽으로는 태평양 해안을 서쪽으로는 네랑강(Nerang River)과 습지를 끼고 발달해있다.
골드코스트의 내륙 지역은 네랑, 쿠메라 강(Coomerang River)등 큰 강이 흐르고 있다. 수로를 따라 대규모 수변 주택단지가 조성되어 있다. 수백 여개의 수로는 마치 모세혈관처럼 뻗어져 있는 모습이다. 골드코스트의 수변주택은 자신의 업무와 해양레저까지 함께 즐기려는 사람들에게 많은 인기를 끌고 있다.
골드코스트가 부상하게 된 계기는 1990년대 부터 철도, 도로 및 공항 건설로 인한 접근성 향상으로 휴양을 위한 대규모 리조트 단지개발이 각광을 받게 되면서 부터다. 특히 1980년대 일본 부동산업체들의 대규모 투자로 고층건물이 들어서면서 지금의 도시 모습이 갖춰졌다. 이후 곧바로 글로벌 테마파크 건설과 호텔 등 위락시설들이 들어서게 되었고 세계적인 휴양도시로서 명성을 얻게 됐다.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서울=김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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