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주시가 후백제부터 조선왕조까지의 문화유산을 한데 묶어 미래 관광자원으로 육성하는 ‘왕의궁원 프로젝트’를 본격 추진키로 했다. 후백제의 왕도였고 조선왕조의 뿌리인 전주의 관광자원을 활용해 국제적인 문화관광도시로서의 기반을 조성하겠다는 뜻이어서 반갑다. 특히 단순 문화재 중심의 발굴·보호사업에서 한발 더 나아가 문화관광 및 지역경제와 연계돼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이 대규모 프로젝트는 사업 성격이 모호한데다 재개발사업, 케이블카 설치 등과 맞물려 있어 해결해야 할 과제가 만만치 않다. 첫째, '왕의 궁원'이라는 개념부터가 모호하다. 궁원(宮苑)은 '궁중의 정원'으로 왕궁이 있어야 가능하다. 그런데 전주시에는 현재 왕궁이 없다. 견훤왕이 900-936년 세운 후백제의 왕궁을 발굴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후백제 왕궁은 그동안 동고산성설, 물왕멀설, 전라감영설 등이 제기되었고 최근에 인봉리설이 유력하게 떠오르고 있다. 궁성 발굴부터 먼저 하고 궁원이라는 용어를 사용해야 할 것이다.
둘째, 왕의 궁원 프로젝트는 후백제부터 조선왕조까지를 아우르고 있다. 당초 우범기 시장은 1조원대의 조선궁원 프로젝트를 제시했다. 이에 앞서 후백제 왕도복원 프로젝트로 1조300억원을 투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이 두개의 사업을 뭉뚱그려하겠다는 것인지, 천문학적인 재원 마련은 어떻게 할 것인지 등에 대한 설명이 없다.
셋째, 현재 재개발사업이 추진되고 있는 노송동 인봉리 일대는 후백제 왕궁터로 비정되는 곳으로 지표및 발굴조사가 시급하다. 이곳 14만8689㎡는 '기지촌 주택재개발 정비 철거작업'이 거의 마무리 단계에 있다. 노후 주택이 많아 도시재생사업이 필요하고 주민들의 재개발 욕구 또한 높다. 하지만 재개발에 앞서 주택조합이 지표조사를 신청하고 그 결과에 따르는 등 적법절차를 이행해야 한다. 유물 유적은 한번 훼손되면 복구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넷째, 전주시는 한옥마을에서 기린봉, 아중호수에 이르는 2.7km코스에 케이블카를 설치하겠다고 했는데 신중할 필요가 있다. 과연 케이블카가 역사도시를 지향하는 전주의 정체성에 맞는지, 전주의 상징인 307m의 기린봉과 군집하고 있는 한옥마을 위로 케이블카가 지나가는 게 맞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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