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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기술과 예술의 경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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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진 전주문화재단 팔복기획운영팀 주임

2016년도 바둑판 위에 ‘인간과 AI의 대결’이라는 주제가 던져졌다. 구글 딥마인드가 개발한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 우리나라를 넘어 세계 최정상급 프로기사인 이세돌의 딥마인드 챌린지 매치가 총 5번이 이루어졌다. 

3월 13일 5번기 4국에서 이세돌은 묘수를 통해 승승장구하던 인공지능을 꺾었고, 알파고가 스크린에 띄운 ‘기권’의 메시지는 기계 앞에서 무력감을 느낄 뻔했던 많은 사람들에게 그래도 인공지능은 인간을 뛰어넘을 수 없다. 라는 안도감까지 주었다. 

 

알파고를 통해 인공지능의 엄청난 성장 속도를 봤기 때문일까? 그해에는 유독 ‘2030년이면 30% 직업 인공지능이 대체해…’ ‘인공지능이 대체할 수 없는 직업군’과 같은 타이틀의 기사가 유독 많았다. 다행스럽게도 예술가의 직군은 이 전쟁터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알파고와 이세돌의 대국이 끝난 후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인공지능 대체 불가 직무에서 화가, 조각가, 작가, 연주자 등 대부분이 예술가로 나타났다. 고도의 창의력이 필요하며 인간의 감성에 기초한 직업들이기 때문에 결국 인간만이 해낼 수 있다는 것이 그 이유였다.

 

그러나, 대국이 끝난 후 벌써 6년. 이세돌은 19년도 은퇴 사유 중 하나를 넘을 수 없는 벽과 같은 인공지능에 느낀 허무와 좌절감으로 밝혔다. 실제로 알파고는 벌써 3년 전에 ‘알파고 제로’라는 이름으로 발전했다. 스스로 바둑을 학습할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고 72시간 만에 기존 알파고와의 대국에서 100전 100승을 거두고, 새로운 바둑의 정석을 만들어냈다. 

 

절대 인공지능이 넘볼 수 없는 영역이라 여겨졌던 문화예술계는 어떨까?  실제로 지난 9월 미국 콜로라도 주립 박람회 미술대회 디지털아트 부문에서 1위를 수상한 작품이 사실은 텍스트를 이미지화해주는 AI 프로그램 ‘미드저니’ 의 생산물이라는 사실이 밝혀져 논란이 되기도 했었다. 미술뿐만이 아니다. 카카오브레인과 미디어 아트 그룹 슬릿스코프가 개발한 인공지능 시인 ‘시아(SIA)는 지난 8월 첫 시집을 출간했고, 아직은 학습 능력에 따라 미약한 부분이 있지만 인간 창작자의 고유한 스킬이라고 생각되었던 감수성을 전달한다는 호평을 받았다. 

 

화가, 작가, 작곡가까지 단순히 창작물을 모방하던 인공지능들이 비약적인 기술의 발전에 따라 스스로 사고하고 창작하는 수준에 이르렀다. ‘AI 작가’들의 등장으로 이제 문화예술은 ‘인공지능의 결과물은 창작물로 봐야 할 것인가 생산품으로 봐야 할 것인가?’라는 새로운 질문에 직면했다. 

 

아직 인공지능을 작동시키고 이를 평가하는 주체가 결국은 인간이라는 점에서 창작의 주체보다는 도구로 보는 것이 맞다는 의견이 대다수지만, 예술과의 공존은 피할 수 없는 현실이다. 결국 이 새로운 기술의 등장 이후 짧은 몇 년 간 많은 예술가들이 장르적 도약을 이루어 낸 것만 보아도 결국 인간이 만들어낸 인공지능을 통해서 예술이 발전하고 있다는 것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과거 모방론, 표현론, 형식론 등 예술을 정의했던 수많은 이론은 새로운 형식의 예술가와 작품에 의해 뒤집히고 또 다른 이론을 확립하는 계기가 되었다. 인공지능 예술가의 등장은 너무나 인간 같은 모습에 섬찟하기도 하지만, 결국은 기술과 예술의 융합 과정에서 문화와 삶을 한 단계 발전시키는 계기가 되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늘 그랬듯이 우리는 과거를 송두리째 뒤집을 새로운 아름다움을 찾아갈 것이고, 그것이 예술이니까.

/이수진 전주문화재단 팔복기획운영팀 주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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