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한두 개 정도의 취미나 관심사는 가지고 있다. 그리고 일상 속에서 나름대로 각자의 관심사를 풀어갈 것이다. 예를 들어 책에서 정보를 찾거나 인터넷을 활용하거나 아니면 좀 더 적극적으로 학원이나 공방에 등록할 수도 있겠다. 어찌 되었든 개인의 취미, 관심사인 만큼 이를 해소하는 방법 역시 개인적인 범위로 한정될 수밖에 없다.
필자가 근무하는 완주군은 여건 상 개인이 적극적으로 취미활동을 영위하기 위해서는 노력이 필요하다. 아무래도 완주군 읍면마다 가진 문화적 환경이 다르기 때문이다. 같은 완주라도 어떤 지역은 도시 중심가이고, 어떤 지역은 대한민국 8대 오지 중 한곳이라 불린다. 그래서 일부 지역의 주민들은 취미활동을 위해 전주, 대전 등 완주군 이외의 지역까지 움직이는 수고를 겪어야만 한다.
필자가 2018년 처음 완주로 출근해 주민들을 만났을 때 가장 많이 들었던 이야기도 바로 이와 같은 하소연이었다. 문화도시 사업을 추진하는데 있어 지역의 문제의식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만큼 허투루 넘길 수는 없었다. 그렇다고 문화강좌 프로그램을 제공하는데 그치는 것은 일시적인 방편이지 효과적인 대응방법은 아니라고 생각했다.
고심 끝에 나온 대안은 ‘재능’을 ‘공유’할 수 있게 해보자는 것이었다. 누구나 관심사를 가지고 있듯이, 누구나 하나쯤 잘하는 부분이 있다. 개중에는 나만의 노하우라고 할 만한 부분도 있기 마련이다. 개인이 지닌 노하우를 원데이 클래스로 꾸려 같은 관심사를 가진 사람들과 공유할 수 있도록 한다면 자연스럽게 주민 주체 문화 향유기반이 조성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를 했다.
이 사업의 내용은 간단했다. 내가 가진 재능(취미, 관심사, 노하우)를 원데이 클래스로 기획하고, 내가 클래스의 강사가 되어 이웃에게 재능을 공유하는 것이다. 이때 문화도시지원센터에서 지원하는 것은 약간의 재료비와 수강생 모집에 필요한 온라인 플랫폼을 제공하는 것뿐이었다.
이 사업은 원데이 클래스 지원이라는 형식을 가지고 있지만 핵심은 강좌가 아니라 사람들 간의 만남과 교류 과정에 있다. 하지만 초반에는 주민들의 ‘재능기부’를 강요하는 것 아니냐는 오해를 사기도 했다. 기부가 아니라 ‘공유’라고 안내를 해도 무엇이 다르냐는 반문이 돌아왔다. 처음에는 이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하나 고민했지만 어느 순간부터는 필자가 다시 질문을 하게 되었다. ‘이 활동을 베풀기 위해 하시는 건가요?’ 그럼 백이면 백 ‘아니, 내가 즐거워서 한다’라고 답을 한다. 그러면 더 이상의 설명은 필요가 없어진다.
‘기부’는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나의 희생과 헌신을 전제로 한다. 희생과 헌신을 담보로 한 기부는 널리 확산되거나 지속되기 어렵다. 하지만 대등한 관계 안에서 서로가 필요로 하는 재능이라고 하는 자원을 ‘공유’하는 것은 즐겁다. 즐거운 일은 널리 퍼지고 오래도록 사라지지 않는다. 오늘은 내가 재능공유의 수혜자이지만 내일은 내가 재능을 나눠주는 사람이 될 수 있다. 일종의 순환고리가 형성되는 것이다.
올해로 5년차를 맞는 이 사업을 통해 많은 변화를 느낀다. 많은 주민들이 더 이상 취미활동을 위해 멀리 갈 필요가 없다고 말하고, 완주는 일상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기반이 탄탄하다고 자부심에 차 말을 한다. 재능공유를 통해 완주군민 스스로 자급자족할 수 있는 문화향유기반이 조성된 것이다. 지속, 자립 가능한 힘. 공유가 가진 가능성을 믿는다.
/장보람 완주 문화도시지원센터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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