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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하회마을과 전동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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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정윤성

조선 시대 한옥의 원형을 품고 있는 안동 하회마을은 2010,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 됐다. 하회마을은 낙동강 줄기가 삼면을 감싸 안고 있는 독특한 지형과 빼어난 자연경관, 한옥 군락이 어우러진 아름다운 풍광 덕분에 오래전부터 여행객들의 발길이 이어졌다. 세계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에는 국내외에 이름을 더 널리 알려 대표적인 관광지가 됐으니 반가운 일이다.

그러나 하회마을은 이 때문에(?) 위기를 겪어야 했다. 때아닌 분쟁으로 하회마을이 전국적인 이슈가 된 것은 2018년 말 즈음이다. 마을에서 운행되는 전동차를 둘러싼 분쟁이 주범이었다. 마을 안 골목길을 달리는 전동차 운행 독점권을 둘러싼 업체 간 싸움이었지만 그 분쟁을 불러온 원인이 있었다. 600년 동안 마을을 지켜온 느티나무와 조선시대 선조들의 삶이 배인 한옥, 멋스러운 흙담 사이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골목길을 누비며 다니기 시작한 전동차였다. 전동차 행렬은 마을의 격에 어울리지도 않고 위험천만한 흉기나 다를 바 없었지만, 법적 근거가 미흡한 상황에서 규제는 한계가 있었다.

하회마을 전동차 운행은 그 뒤로도 여러 해 지속되었다. 오히려 전동차 불법 탈법 운영이 마을을 위기로 몰았다. 무질서한 운행으로 안전사고가 끊임없이 이어졌으며 고즈넉하고 운치 있던 마을 이미지는 사라졌다. 세계문화유산 등재가 취소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불거질 정도였다.

문화재청과 안동시가 나선 것은 2021년 여름이다. 하회마을의 전동차 운행이 전면 금지됐다. 마을 입구에 차량관제시스템을 설치해 전동차의 마을 진입을 막는 방식이었다. 차단시설을 운영한 지 1개월, 하회마을은 옛 모습을 찾았다. 마을에 전동차가 다니기 시작한 것이 2016년이니 옛 정취와 마을 이미지를 다시 찾기까지 5년이 걸린 셈이다. 여행객들의 반응은 어떨까. 블로그와 댓글을 보니 환영 일색(?)이다. 오히려 때늦은 조치에 대한 비판의 소리가 높다.

전주시가 지난 7, 전주한옥마을을 대상으로 '전통문화구역 지구단위계획을 변경했다. 한옥마을의 허용 음식 품목과 전동차 대여업에 대한 제한 완화다. ‘정체돼 있던 한옥마을이 국제적 관광지로 발돋움할 수 있도록 다양성을 부여하기 위한 것이란다.

한옥마을은 이미 1,000만 명 관광객을 끌어낸 한국의 대표적인 관광 거점이다. 그래서 궁금해진다. 보존과 관리 대책은 보이지 않고 무조건 풀기만 하는 규제 완화는 대체 무엇을 위한 것인지.

주말 한옥마을에 꼭 가보시라. 일방통행로를 역주행하고 좁은 골목길을 종횡무진하는 전동차와 그 행렬을 피해 걸어야 하는 수많은 여행객의 위태로운 광경을

지금, 전주한옥마을이 위태롭다. / 김은정 선임기자

 

 

김은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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