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별은 없고, 어머니 영가를 모신 선운사로 향했습니다. 도솔암까지 가는 길엔 눈발이 날렸고 참 멀다고 생각하는 동안 짧은 겨울 해가 걱정이 됐습니다. 지나는 경내 차량이 태워준다고 했지만 못 본척했습니다. 어머니에게 씩씩한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었습니다. 마지막 오르막길을 오르면서도 동생들에게 보였던 늠름함을 잃지 않았는데 빼꼼히 열려있는 법당 문을 보는 순간 눈물이 솟구쳤습니다. 바로 들어갈 수가 없어, 마당 너머 보살들이 머무는 마루 끝에 앉아 오른손 왼손을 번갈아가며 뜨거운 것을 닦아냈습니다. 온갖 무장들이 흘러내렸습니다. 절간에서도 나부끼는 성탄 축하 현수막은 어머니의 답장 같았습니다. 아쉬운 소리 못하는 우리 어머니, 하늘에 닿을만한 기도는 얼마큼일지. 이제 정말로 씩씩하게 살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롱이 다롱이, 놓기 아까운 글들을 내려놓고 제 글을 택해주신 심사위원 선생님께 감사드립니다. 친정같은 정읍수필 문학회 문우님들께도 감사드립니다. 글 쓰는 것이 사치 같았던 환경에서도 늘 지지해 주는 내 가족, 사랑합니다. 무슨 인연일까? 내게 와 주신 최윤정 선생님 하늘만큼 감사하고, 아직도 어머니의 기도를 필요로 하지만 내게 글 동냥 시켜가며 빠져나간 영혼을 붙잡아준 동생에게 그동안 전하지 못한 말 전합니다. 고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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