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심에서 숙독한 작품은 11명의 작품 35편이었다. 치열했던 예심을 통과한 만큼 응모작들은 일정한 수준에 도달해 있었다. 그러나 전체적으로 요즘 유행하는 시의 어법과 형식을 무리하게 끌어쓰는 경향이 강했다. 자기 시를 쓰지 못하고 검증된 시 쓰기에 편승하려는 모습은 우려스러웠다. 그런 시는 화자가 시의 언어에 끌려다니다가 결국에는 지지부진해질 수밖에 없다.
얼마쯤 위험을 감수하고서라도 용기 있게 자기 시를 쓰려는 작품을 앞자리에 놓았다. 그중에서 눈여겨본 작품은 「새점 봅니다」 외 4편, 「주말 극장」 외 2편, 「알비노」 외 2편이었다. 「새점 봅니다」는 무심한 듯 툭툭 던지는 시어들이 적재적소에 적중하고 있었다. 차분한 어조 속에 쉽게 휘어지지 않을 이미지의 뼈대를 감춰놓는 수법도 믿을 만했다. 그러나 일상의 순간을 스케치하듯 가볍게 그려나가는 수준에서 더 나아가지 못했다. 무심한 어법이 조금 더 팽팽하게 긴장했으면 좋겠다.
「주말 극장」은 화자가 시의 서사를 완벽하게 장악하고 있었다. 시상 전개가 활달하고, 언어의 내적 활력이 시 읽는 즐거움을 주었다. 함께 투고한 작품들도 소홀히 읽을 수 없을 만큼 완성도가 높았다. 그러나 참신하거나 새로운 인지적 각성을 주지 못했다. 기성 시인의 시적 유전자가 너무 많이 발현된 건 아닌지 고민해보기를 바란다.
「알비노」는 시적 긴장이 팽팽한 작품이었다. 시어들이 종횡으로 충돌하는 힘이 좋았다. 언어를 운용하는 폭이 넓고, 그 넓이가 시적 사유로 가득 채워지고 있었다. 기성의 시 문법과 의도적으로 거리를 두려는 것 같아서 좋았다. 내적 서사가 좀 더 긴밀했으면 좋았겠다는 아쉬움이 남지만, 앞으로 충분히 극복해나갈 것이라는 믿음을 주었다.
논의 끝에 「알비노」를 당선작으로 뽑았다. 시인으로 첫걸음을 떼는 투고자의 시적 근거가 되기에 충분하다고 판단했다. 새로운 시인의 탄생을 축하하며, 전북일보 신춘문예 시 당선자의 무게를 견디는 시인이 되기를 바란다.
/ 심사위원 김용택 시인, 문신 우석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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