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3년 연말, 전주 시청에선 새해맞이 제야의 북 행사를 했다. 다함께 카운트다운을 외치며 신년 소망을 마음속으로 외쳤다. “신이시여! 24년 조금 일하고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내가 처음으로 ‘돈’에 대한 생각을 했던 건 대학을 졸업할 때쯤이었다. 나는 대학에서 서양화를 전공하고 교사가 되기 위해 교육대학원에 들어갔다. 하지만 웬걸, 대학원을 다녀보니 ‘교사’가 하기 싫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일’은 흥미가 있었지만, 매년 비슷한 일을 하며 9 to 6 루틴으로 사는 삶이 즐거워 보이지 않았다. 그렇다면 “나는 뭘 해야 할까?”라는 고민이 시작되었다.
이즈음에 가르치던 학생이 나에게 “선생님은 왜 미술 선생님을 하게 되었어요?”라는 질문을 받았다. 너무나 당연한 질문인데, 나는 당황했다. 어렸을 때부터 ‘그냥’ 해왔다. 한 번도 “왜?”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었다. 학생의 가벼운 질문에 나는 마음이 무거워졌고, 진지하게 나라는 사람에 대한 고민을 시작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성격일까?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나? 어떤 스타일을 좋아할까?’ 그렇게 고민을 시작하다 보니 더 많은 물음표가 남았다. 하지만 명확히 알게 된 사실이 딱 하나 있었다. “자유로운 사람”. 나는 자유로운 사람이다. 구속이나 억압을 싫어하고, 내가 한번 꽂힌 건 끝을 볼 정도로 파고들지만, 하기 싫은 건 쳐다도 보지 않는다. 일과 관련해 생각해보니, 시간과 장소에 묶여있는 일은 정말 싫었다. 자연스럽게 나는 ‘회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그래서 회사가 아닌 자유로운 일을 해야겠다는 결심을 내렸다. 한편으로 나는 성실하지 않고 끈기가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에 주춤하기도 했다. 하지만 꼭 세상이 정한 ‘성실하고 부지런한 사람’의 규정을 따를 이유가 없고, 내 방식대로 반증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시작한 일은 작업실 겸, 화실을 운영하였다. 그리고 나를 찾는 공공기관, 기업, 학교 등에 강의를 나갔다. 또한 예술인으로 활동할 수 있는 다양한 공모사업에 참여하였고, 문화예술 기획자로 활동하며 전북 청년 예술인 단체인 ‘세이모비오’를 만들었다. 그리고 소속 작가님들을 모시고 아트페어를 진행하였다. 그리고 지금은 전북일보에서 제안받은 ‘청춘 예찬’ 칼럼을 감사한 마음으로 쓰고 있다. 시간이 흐를수록 다양하고 새로운 일들이 들어왔다. 물론, 모든 순간이 쉽진 않았다. 많은 어려움이 있었고, 열심히 극복했다. 이런 나를 사람들은 성실하고 일을 잘한다며 다시 찾아주었다.
나는 ‘하고 싶은 일을 하는 사람’이다. 이런 나를 어른들은 불안한 시선으로 바라보고, 진심으로 걱정한다. 하지만 ‘안정’을 쫓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포기하고 사는 것은 너무나 슬플 일이다. 나에게 ‘하고 싶은 일을 해도 괜찮을까?’라는 질문을 하는 이가 있다면, 나는 자신 있게 “Of course!”라고 말해주고 싶다. 하고 싶은 일 하며 살아도 괜찮더라. 누군가는 현실적인 상황 때문에 ‘하고 싶은 일’을 못한다고 한다. 충분히 이해한다. 그렇다면 하고 싶은 일을 작게라도 시도해 보는 것은 어떨까?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한다고 해서 세상이 무너지는 것도 아니고, 내 인생에 큰일이 생기지도 않는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독자들 모두, 2024년엔 걱정은 잠시 접어두고 내가 해보고 싶은 걸 해보자. Just do it!
/이소정 문화예술교육공간 오이아 대표
△이소정 대표는 전북대 교육대학원 미술교육전공 석사과정을 졸업했으며, 전북 시각예술분야 청년예술인단체 세이모비오 대표이며 씨아트와 전북여성미술협회 정회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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