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見指忘月(견지망월) 전북특자도 탄생 ‘얼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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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북일보 이강모 정치부장

見指忘月(견지망월). 달을 보라고 손가락을 들었더니 달은 보지 않고 손가락만 쳐다보고 있다는 뜻이다.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이 진보당 강성희 국회의원(전주을)과 대통령실 경호처와의 소동으로 묻혔다. 전라북도가 128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새롭게 출범하는 날이었지만 여야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유튜버는 ‘사지가 들린채, 끌려나가’ 등의 각종 자극적 단어로 세상을 도배했다. 손가락은 특별자치도를 가리켰지만 바라본 곳은 소동이 일어난 현장의 모습이었다. 특별한 잔칫날이 되어야 할 이날 전라북도특별자치도가 뒤통수를 맞은 격이다.

전라북도는 2024년 1월 18일자로 전북특별자치도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특별자치도란 ‘외교, 국방, 사법’ 등을 제외한 행정, 치안, 교육, 산업 등의 자치권이 보장되는 광역 지방정부를 지칭한다. 전북특별자치도는 이같이 특별한 날을 기념하기 위해 어렵게 대통령을 초청했다. 잼버리 사태와 새만금 예산 삭감 등 중앙정부와 전북특별자치도 간 보이지 않는 갈등을 풀어보기 위한 시도였다. 그러나 전북특별자치도 출범식 행사장에서 강성희 의원이 강제 퇴장 당하는 소동이 발생했다.

윤 대통령은 행사장에 입장하면서 초청된 내빈들과 일일이 악수하며 인사를 나눴고, 강 의원과도 악수했다. 이때 강 의원이 윤 대통령의 손을 잡은 채 “국정기조를 바꾸셔야 한다”는 말을 반복해 윤 대통령의 이동이 지체됐고 경호원들이 강 의원을 제지했다. 이에 강 의원이 반발하며 소리치자, 경호원들은 강 의원의 입을 틀어막으며 행사장 밖으로 들고 나갔다. 이 상황을 두고 야당은 과잉경호를 주장하며 대통령 사과와 경호처 경질 등을 요구하는 정쟁으로 몰아갔고, 대통령실과 여당은 강 의원의 가벼운 행동을 질책하며 출범식 난동의 책임을 지고 사퇴하라고 맞섰다.

민주당 윤준병 의원(정읍·고창)은 “이날 출범식때 저는 새만금 예산 학살과 여러 내용이 있어 항의 차원에서 (앉은 의자에서)일어나지도 않았다. 박수도 안쳤다. 제 앞에 왔을때 앉아서 악수했다”는 내용을 자랑하듯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리기도 했다. 일국의 대통령에 대한 예우를 지킬건 지키돼 싸울땐 과감히 싸우는 모습이 아닌 소인배같은 모습이었다는 참석자들의 비난도 나왔다.

여야 누가됐던 대통령은 국가 행정부의 수반(首班)으로 직책 자체가 ‘국가’를 상징하며, 대통령에 대한 예우는 윤석열 개인이 아닌 국가에 대한 예우이다. 경호처의 과잉경호 역시 질책을 받아 마땅하지만 불시의 사태를 대비하기 위한 대통령에 대한 의전, 경호는 당연한 행위다.

이날 사태의 가장 큰 피해자는 전북특별자치도민과 전북특별자치도다.

전북특별자치도민들은 강 의원과 윤 대통령에게 두 가지 질문을 던지고 있다. 

강 의원은 국회 및 용산 대통령실 앞 1인 시위 등의 다양한 항의 방법이 있음에도 왜 굳이 전북특별자치도 잔칫날 기념행사에서 항의했어야만 하는지.

윤 대통령은 경호원들이 강 의원의 입을 막고 밖으로 들고 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괜찮습니다. 그냥 놔두십시오. 강 의원님 괜찮으십니까. 할 말씀이 있으시다면 다른 자리에서 한 번 듣도록 하겠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대범한 모습을 보일순 없었는지.

 

이강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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