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에서 활동하다 보면 수많은 보조사업을 접하게 된다. 우린 이런 보조사업을 통해 활동을 시작하기도 하고 동력을 얻고 다양한 활동을 하기도 한다. 지역에서 활동하는 커뮤니티 팀들을 도와주는 보조사업 예산은 참 고마운 돈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보조사업 예산을 몇 번 지원 받아본 나도 그렇고, 지역에서 좀 활동을 해온 커뮤니티 팀들을 보면 다들 보조사업을 하고 싶지 않다고들 말한다. 우리를 도와주기 위한 보조금 지원은 왜 우리를 힘들게 할까?
우선 보조사업 예산의 장점부터 살펴보자. 지자체나 여러 중간지원조직을 통해 지원되는 보조금은 청년, 문화예술, 공동체, 로컬, 성평등, 환경, 장애 등 정말 다양한 분야에서 활동하는 지역 단체에 교부되어 활용된다. 지역 단체들은 이 예산을 통해 지역에 필요한 일을 하기도 하고, 새로운 도전을 하고, 부족한 것들을 채우는 데 쓰인다. 보조금 예산을 통해 새로운 커뮤니티가 만들어지기도 하고, 성장하는 데 활용되기도 한다. 이렇게 보조사업 예산은 잘 쓰면 더없이 좋은 지원이다.
그런데 뭐가 문제길래 지역에서 활동깨나 했다는 팀들은 보조사업을 멀리하려 할까? 가장 먼저 어려움을 겪는 건 정산이다. 나라의 예산을 지원받는 일이니 당연히 정산은 잘해야 한다. 하지만 정산은 생각보다 큰 품이 든다. 세상이 변하고 물가도 올랐지만, 보조금 예산 지출기준은 수년 전이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고, 지출에 있어 생각보다 제약도 많다. 이런 문제들 때문에 최근에는 적은 금액이긴 하지만 무정산 지원사업도 생겨나고 있다. 하지만 정산은 익숙해지면 수월해지는 법, 진짜 중요한 문제는 정산이 아니다.
2년 차 이상 지역에서 활동한 커뮤니티 및 단체에 해당하는 문제일 것이다. 초기 보조금을 통해 활동도 이어오고 규모나 활동의 깊이도 깊어질 시기의 팀들 말이다. 이런 팀들은 이제 좀 규모 있는 보조사업에 지원하고 활동을 이어나가게 된다. 하지만 그 규모에 비해 보조사업은 사업을 운영하는 주체의 인건비, 기획비 등은 여전히 지원이 불가하다. 여기서부터 문제가 시작된다. 보조사업을 맡아 운영하는 주체는 점점 지쳐간다. 그렇게 보조사업을 받지 않겠다는 팀들이 하나둘 늘어간다. 그럼에도 보조사업을 포기하지 못하는 이유는 지역에서 활동의 비용을 마련하는 가장 쉬운 방법이 보조사업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역에서 활동하는 단체들은 보조사업의 쳇바퀴에서 헤어나오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이것이 비단 보조사업 구조의 문제일까?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일단 지원을 받은 우리들의 시선부터 달라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그저 활동에 필요한 예산을 만드는 일이 아닌 해당 보조사업을 통해 얻을 수 있는 득과 그에 따른 비용을 계산해 적절히 보조사업을 활용해야 한다. 스스로를 돌아보는 시간도 필요하다. 어떤 방향으로 활동을 지속할 것인지 말이다. 이런 고민이 없는 보조사업 수행은 예산을 쓰는 활동에 그칠 수밖에 없다. 또 보조사업에만 의지하지 않고도 활동을 이어갈 수 있도록 필요한 자원과 예산을 마련하는 방법을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이제 막 초기 단계를 벗어난 단체들이 뚝딱 해결책을 마련할 리 만무하다. 더군다나 지역에서는 다양한 단체의 성장사례를 접하기도 어렵다. 지역 활동단체의 로드맵이 없는 것이다. 결국은 지역에 남은 커뮤니티 팀들이 경쟁하기보다 서로 연대하고 소통하며 서로의 경험을 나누는 것이 답이 아닐까 싶다.
/류영관 둥근숲사회적협동조합 이사장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
BEST 댓글
답글과 추천수를 합산하여 자동으로 노출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