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43회 노동자의 날이 10여일 앞으로 다가왔지만 전북지역에서 노동자들의 죽음의 행렬이 끊이질 않고 있다.
지난 일주일 새 전북에서만 4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잃었는데, 산업재해 예방을 위해 사용자의 처벌을 강화하기 위해 만들어졌다는 중대재해처벌법의 효과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부호가 달린다. 근로현장에서의 경각심은 여전히 부족하고 법 제정 취지는 사라져 있다. 심지어 위반사항을 적발하는 지자체가 발주한 공사현장에서도 사고가 난다. 이에 전북일보는 두 차례에 걸쳐 전북 노동현장의 현실과 문제점, 대안에 대해 다뤄본다. <편집자 주>
전북노동자들이 분노하고 있다.
지난 17일 익산시청 신청사 건설현장에서 노동자 추락사가 발생한 가운데, 민주노총 건설산업노동조합연맹 전국건설노동조합 전북지역본부는 18일 오전 10시 익산시청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제대로 된 안전장치도 없이 해체작업에 투입된 건설노동자가 사고 위험을 감지해도 즉시 작업을 중지시키지 않았다"며 "건설경기 하락으로 경영주의 지시를 따를 수밖에 없는 상황에 건설노동자들은 죽음을 감수하며 하루하루를 버텨가고 있다"고 토로했다.
민주노총 전북본부도 이날 같은 시각 세아베스틸 군산공장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드디어 노동자들의 노동안전과 죽지 않고 일할 수 있는 길이 열렸다고 생각했었다"며 "중대재해처벌법에 따라 사업주를 처벌하고 고용노동부가 관리감독을 철저히 했다면 노동자들의 사망사고를 막을 수 있었다. 하지만 소액의 과태료만 부과하는 솜방망이 처벌에 산업재해가 반복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고용노동부 등에 따르면 올 들어 이날까지 전국에서 발생한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151명이다.
이 중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사망자 수는 11명으로 전체의 7%에 달했다. 전북지역 근로자 수는 전국(약 2900만명)의 3% 수준(약 101만명)으로 노동자 수 대비 2배에 달하는 산업재해 사망사고가 발생한 셈으로, 그만큼 도내 근로 현장의 안전불감증이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최근 3년간(2021년~2023년) 발생한 전북지역 산업재해 사망자 수는 총 75명으로 매년 평균 25명의 근로자가 사망했다. 아직 올해가 100여일 정도밖에 지나지 않았지만, 산업재해는 평년의 44% 수준으로 예년보다 빠른 속도로 늘고 있다.
지역별로는 군산 4건, 익산 3건, 전주 2건, 정읍 1건, 임실 1건 순이었다.
이런 가운데, 각종 근로 현장의 재해를 막기 위해 도입된 중대재해처벌법 적용 사업장은 기존 50인 이상 사업장 50억 이상 사업장에서 올해부터 5인 이상 사업장으로 확대 적용됐다.
노동자들의 죽음을 조금이라도 막기 위해 중대재해처벌법이 만들어지고 강화되고 있지만, 각종 근로 현장의 재해는 오히려 늘고 있는 모습이다. 실제 지난 2021년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난 이후 전북지역에서 86명이 집으로 돌아가지 못했고, 심지어 최근 일주일(4.11~4.18)간 노동현장의 재해로 4명이 사망했다.
지난 4월11일 군산시 서수면 한 전신주 제조공장에서 A씨(40대)가 떨어진 전신주 틀에 깔려 숨지는 사고를 시작으로 16일 군산시 소룡동 세아베스틸 공장에서 협력업체 직원 B씨(60대)가 소음기 배관 하부 절단 작업 중 떨어지는 배관에 부딪혀 목숨을 잃었다. 하루 뒤인 17일에는 익산시 남중동의 신청사 공사현장에서 C씨(50대)가 크레인 해체작업 중 4m가량 추락해 사망했다. 같은 날 익산시 황등면 채석장에서도 D씨(60대)가 원석을 옮기던 중 전도된 원석에 끼어 숨졌다.
전문가들은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났지만, 여전히 안전불감증은 만연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노동 관점의 환경·사회·지배구조(Environmental·Social·Governance, ESG)를 연구하고 평가하는 L-ESG평가연구원 김성희(고려대 노동대학원 교수)는 "중대재해처벌법이 생겨났지만, 아직도 현장에서는 사고와 처벌에 대한 경각심이 높지 않다"며 "원청에서 안전설비 준비와 산재예방 의무를 가지고 있는데도 여전히 사각지대가 존재하고 있다. 산재사고의 예방은 일벌백계를 통해 경각심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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