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뢰인은 자신의 아이가 중학생인데, 가해 학생으로부터 폭행을 당한 학교폭력 피해자라며 학폭위에서 전학 등 조치가 이루어지지 않았다고 했다. 학폭위 결정 이후 아이가 등교했는데, 가해 학생을 다시 보게 되어 불안해하고 있다고 했다. 의뢰인은 가해자 대신 피해자가 전학을 가야 하는 상황이라며, 방법이 없는지 물어왔다.
필자는 변호사 상담에 보수를 받지 않는다. 대단한 봉사의 의미는 아니다. 먼저 지인의 소개를 받고 상담을 받으러 온 분들에게 일일이 금액을 알리는 건 번거로운 일이다. 또, 순간의 판단과 간단한 발언에 가급적 책임지고 싶지 않기도 하고, 편하게 많은 사람과 상담하고 싶은 마음도 있다.
그런데 사무실로 위와 같은 상담 전화가 왔다. 좀 더 정확히는 시골 지역이라 1학년에 한 반밖에 없어 학급교체가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사실 학교폭력의 가해 양상이 얼마나 악의적인지, 지속적인지, 피해 정도가 어떤지 알 수 없는 상태에서 정확한 상담은 어렵다. 그래서 필자는 간단히 재심 절차가 있다는 정도로 답했다. 그런데 의뢰인은 그럼 다시 몇 달을 기다려야 되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피해자 입장에서 생각해보니 골치아픈 문제였다. 피해자가 가해자를 두려워해 전학을 가야 하는 모순된 상황이 발생했고, 억울할 법도 했다.
곰곰이 생각하다 폭력 사건이라면 형사고소를 생각해 보시라고 했다. 그리고 고소 전에 학교와 가해자에게 분명히 전학을 가지 않는다면 고소할 수 있고, 그럼, 형사재판도 받을 수 있다고 설명을 해드리라고 했다.
의뢰인은 그런 방법이 있냐며 변호사를 선임해야 하냐고 물었지만, 형사고소는 스스로 하시면 된다고 안내하고 전화를 마무리했다.
전화를 마치고 아이들 사건에 변호사랍시고 사건을 키우는 잘못된 방법을 안내한 것은 아닌지 돌아봤다. 가급적 책임지지 않으려고 돈을 받지 않는다곤 했지만, 스스로 너무 편하게 얘기한 것은 아닌지, 그리고 타인의 일, 타인의 인생에 개입한다는 건 무척 두려운 일이라고 생각했다.
/최영호 법무법인 모악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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