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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 전성시대의 판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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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로트(Trot) 전성시대다. 대중가요의 한 장르인 트로트에 한국인이 열광하고 있다. 따라 부르기 쉬운 가락에 구구절절한 삶의 애환을 담은 노랫말이 붙어 중독성이 강하다. 올봄 전국 곳곳에서 열린 꽃축제 무대도 몸값을 불린 트로트 가수들이 장악했다. 그렇게 꽃잔치가 지나간 여름의 길목, 전통문화의 고장이 국악의 향기로 물든다. 국내 최고 권위의 국악인 등용문인 ‘제50회 전주대사습놀이 전국대회’가 18일부터 다음달 3일까지 열린다. 전주대사습놀이의 꽃은 역시 판소리다. 대회 최고상인 대통령상도 13개 부문 중 판소리명창부 장원에게 수여된다.

이 대회 학생부(학생대회), 또는 일반부 판소리 장원의 영예를 차지한 예비 명창들이 엉뚱한 곳에서 속속 얼굴을 내민다. 트로트 가수들에게 활짝 열린 대중가요 무대다. 우리 국악의 미래를 짊어질 것으로 기대를 모은 판소리 신동들의 예상치 못한 행보도 눈길을 끈다. 모 방송사의 인기 트로트 경연 프로그램에서는 전주대사습놀이 학생전국대회 판소리 장원 출신들이 맞대결을 펼쳐 눈길을 끌기도 했다. 전주대사습놀이 판소리 일반부 장원에게는 병역혜택까지 주어진다. 전통문화의 명맥을 잇자는 취지다. 그런데도 굴지의 대회에서 두각을 드러낸 예비 명창들의 전향이 이어지고 있다.

당장 엄청난 돈과 대중의 인기가 눈앞에 있으니 그 유혹을 떨치기 쉽지 않을 것이다. 게다가 정말 피나는 수련을 통해 득음의 경지에 가까워졌으니 경연에서의 자신감도 충만할 것이다. 학생대회와 함께 열리는 전주대사습놀이가 국악인이 아닌 트로트 가수 등용문으로 변질될까 우려된다. 실제 이 대회 판소리(일반부) 장원에게는 트로트 가수로의 전향 계획을 묻는 질문이 꼭 뒤따른다고 하니 웃지 못할 일이다.

소리꾼의 길을 걷는 예비 명창들이 흔들리지 않도록 충분한 기회를 만들어줘야 한다. 당장 익숙한 대중가요에 열광하는 시민들을 갑자기 판소리 애호가로 돌릴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소리꾼들이 설 수 있는 무대를 꾸준히 마련해 귀명창을 늘린다면 판소리의 위상도 점차 달라질 것이다. 대중에게 친숙하지 않다는 이유로 기회조차 주지 않는다면 국악 대중화는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시민들이 쉽게 다가가 즐길 수 있도록 판소리를 비롯한 국악무대를 늘려나가야 한다.

소리의 고장 전주가 앞장서야 하는 일이다. 우선 지역 축제부터 달라져야 한다. 축제의 계절, 살인적 스케줄을 소화하고 있는 인기 대중가수를 굳이 거액을 들여 초청하는 대신 판소리 명창과 꿈나무들의 무대를 만들어보는 것은 어떨까. 수요가 공급을 창출한다고 하지만 분명 공급이 수요를 만들어내기도 한다. 문화예술 분야가 그렇다.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판소리의 예술적 가치는 두말할 나위가 없다. 판소리 전승과 대중화의 필요성도 마찬가지다. 그런데도 이제껏 성과가 없었다면 지금까지와는 전혀 다른 방식의 지원 방안을 찾아야 한다.

/ 김종표 논설위원

 

 

 

김종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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