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의 수도 오스트리아 빈에서 남쪽으로 25km 떨어진 곳에 바덴바이빈이라는 작은 도시가 있다. 도시의 이름은 직관적(?)이다. 독일어 바이 빈(bei Wien)이 ‘빈 근처’라는 의미이니 바덴 바이 빈(Baden bei Wien)은 빈 근처에 있는 바덴이라는 뜻이다. 바덴(Baden)은 목욕이라는 뜻을 가진 바드(Bad)에서 유래되었다. 그래서인지 독일어권에는 같은 이름을 가진 도시가 여럿 있다.
바덴바이빈은 로마 시대부터 유황온천이 있는 휴양지로 이름을 알렸다. 19세기 초에는 합스부르크 왕가가 여름 휴양지로 활용했는데, 당시 바덴을 찾은 왕족들은 자연스럽게 예술가들과 교류하며 그들의 후원자가 되었다. 이 작은 도시에서 해마다 바로크 극장 축제나 베토벤 페스티벌, 도서전시회, 재즈페스티벌 등 다양한 축제가 열리게 된 배경이다.
바덴바이빈을 찾는 예술가 중에는 베토벤도 있었다. 베토벤은 특별히 바덴을 좋아해 자주 찾아 오랫동안 머물렀다. 구시가지 초입, 라트하우스가세 10번지에 있는 작은 집이 그가 머물렀던 곳이다. 베토벤은 이곳에서 아홉 번째 교향곡 대부분을 썼다. 지금은 <베토벤하우스>란 작은 박물관이 되어 관광객을 맞고 있다.
사실 유럽의 오래된 도시들 역시 인구 소멸 위기에 놓여 있다. 산업혁명 이후 인구가 도시로 몰리면서 인구 감소와 고령화가 이어진 탓이다. 대부분 도시가 지속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나섰지만, 여건은 달라지지 않았다. 유럽연합(EU)이 추진하고 있는 '유럽 지방 도시 재생 계획(ERP)'도 도시의 경제 사회 환경 문제를 해결하고, 도시의 지속가능성을 높이는 것이 목표지만 인구 소멸은 나아지지 않고 있다.
바덴바이빈도 인구 소멸 위기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 1970년대 이 도시의 인구는 3만 명. 그러나 다른 도시들이 그렇듯이 1980년대부터 지속적으로 감소하기 시작했다. 1990년대 2만 7천 명, 2000년대 2만 6천 명, 2010년대 이후에는 2만 5천 명으로 줄었다. 주목할만한 결과가 있다. 바덴바이빈 시청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기준 인구는 30,514명이다. 2010년대 이후 오히려 인구가 더 늘어났다는 이야기다. 들여다보니 바덴바이빈 시는 자연환경과 예술적 토양 등 전통적인 문화자산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휴양도시로서의 정체성을 지속적으로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정책으로 인구를 유입하고 관광객을 늘려왔다. 도시의 자산을 특화한 정책의 결실인 셈이다.
바덴바이빈 구도심은 활기가 있다. 사계절, 평일에도 작고 예쁜 카페에서 브런치를 즐기는 관광객들이 차고 넘친다. 지역 자산을 지키고 활용하는 이 도시의 일관된 정책이 가져온 결실이 부럽다. / 김은정 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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