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을 전업 작가로 산다는 것, 작가가 아닌 사람으로서 감히 짐작하기도 쉽지 않다는 것을 안다. 나만의 작품 정체성을 찾고자 답을 알 수 없는 혼자만의 끝없는 싸움을 해야만 한다. 길을 찾았다 해도 작업에 몰입하며 산다는 것이 경제적 뒷받침이 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다. 작품제작에 필요한 기본적인 비용과 피할 수 없는 생계 걱정을 해야 하니 묵묵히 작업하는 작가들이 존경스럽다.
가끔 연예인 작가들이 뉴스에 등장하곤 한다. 미술을 전공하지 않았어도 개인전을 개최하거나 아트페어에 참가하면 쉽게 이슈가 된다. 비슷한 경력의 작가들보다 작품 가격이 높게 책정되어도 쉽게 그리고 많이 판매가 된다. 작품성과 작품 가격이 주관적이라고는 하지만 웬만한 전시로 주목조차 받기 힘든 것이 당연한 미술 시장에서 갑자기 등장한 스타 작가들이 참으로 놀랍고 부럽다.
살아생전에 단 한 점의 그림밖에 팔지 못했던 빈센트 반 고흐에게는 든든한 후원자, 동생 테오 반 고흐가 있었다. 자신의 작품성을 끝까지 믿어 주고 경제적으로 지원을 해주었던 테오 덕분에 고흐는 포기하지 않고 계속 작업을 할 수 있었다. 테오가 없었더라면 우리는 고흐의 멋진 작품들을 볼 수 없었을지도 모른다. 작가에게 후원자의 존재는 그만큼 의미 있는 일이다.
후원자의 입장에서, 한 작가에게 관심을 가지면 그의 작업실을 방문하거나 작가가 참여하는 전시회를 찾게 된다. 작가를 진심으로 존중하면서 작가의 인생과 작품을 이해하게 되고 때로는 작품도 구입한다. 좋은 후원자는 이처럼 작품을 보는 기준이 분명하다. 유명한 작품이라고 해서 구매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미적 기준에 부합하는 작품을 선택한다. 작가의 입장에서는 후원자의 존재만으로도 작업을 계속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답답하고 앞이 보이지 않는 것 같은 어둠 속에서 내가 가고자 하는 방향이 맞다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만으로도 작가에게는 힘이 된다. 경제적인 도움뿐만 아니라 큰 작가로서 성장해가는데 후원자는 든든한 지원군이 된다.
전라북도 내에도 작가 지원과 관련된 여러 논의와 정책이 있다. 지방자치단체에서 운영하는 신진 작가 지원 프로그램 (전북도립미술관 청년작가 선정, 전주문화재단 전주신진 예술가 지원 등)과 민간단체에서 운영하는 여러 미술상 (교동미술상, 군산청년미술상, 우진청년미술상, 전북청년미술상 등)이 있다. 꾸준히 작업하고 있는 작가들을 찾아 관심을 갖는 것은 고단한 순간에 잠시나마 숨 쉴 틈과 자신의 일에 의미를 찾는 계기가 될 것이다. 더 나아가 한 가지 제안을 한다면 개인 후원자를 넘어 문화예술 분야에 후원하는 기업이 많아졌으면 한다. 전라북도는 지역 기업이 문화예술 후원 활동에 나설 수 있도록 적극 홍보를 하고, 후원기업은 예술지원기금을 마련하여 <A기업 창작스튜디오 프로그램>, <A기업 미술상> 등을 운영하는 방식이다. 기업에게는 세제 혜택을 부여하고 장기적으로는 기업 이미지를 높여주며,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함께 한다는 점을 부각시킨다면 작가들에게 관심을 갖는 기업들이 많아질 것이라 본다. 비로소 예향이라는 말이 부끄럽지 않은.
도내 대학 미술 관련 학과가 점차 줄어든 것만 보아도 팍팍한 현실에 순수 미술을 고집하는 건 분명 쉽지 않은 일인 것 같다. 그럼에도 자신만의 확고한 철학을 가지고 모든 것을 쏟아부으며 작업하는 미련한(?) 작가들이 있어 세상은 아름답고 고귀하지 않을까. 작가 옆에 든든한 후원자가 되어 내가 좋아하는 미술 작품을 한 점씩 소장해보면 그 또한 소중한 일이 아닐까.
유가림 유휴열미술관 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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