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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부기고

관계인구의 실효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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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수경 즐거운도시연구소 대표

산업혁명 이전에는 태어나거나 시집간 마을에서 거의 한 평생을 살았다. 마을 내에 거주 공간,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휴식, 연대, 어울림의 공간)이 밀집되어 있어 사람들은 최선을 다해 마을 사람들과 부대끼며 공동체를 이루었다. 

그러나 현대에 들어오면서 산업의 형태가 바뀌고, 교통, 인터넷 등의 기반시설이 발달하면서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이 마을에서 빠져나가기 시작했다. 

우리는 거주 공간,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을 분리해 선택할 수 있게 되었고, 굳이 힘들게 맞지않는 사람들과 부대끼며 살지 않아도 된다. 도시일수록 거주공간,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은 더욱 분리된다. 이는 다양한 자아의 탄생으로 이어진다. 일하는 공간과 쉬는 공간에서의 나는 다르다. SNS상의 부캐도 당연한 시대이다.

이러한 변화를 마을에 초점을 맞춰 바라보면 사람들은 더 이상 연대하지 않는다고 느낄 수 있다. 그러나 개인에 초점을 맞추면 우리는 취향이 맞는 콘텐츠, 사람 등과 연결되기 위해 제3의 공간을 선택하고, 아낌없이 소비한다. 그 장소가 마을이 아닐 뿐이다. 우리는 오히려 예전보다 더 연결되고 싶으며, 스스로 선택한 일, 커뮤니티라면 거리는 크게 상관이 없다. 

이러한 경향이 반영된 정책 용어가 관계인구이다. 관계인구는 어떤 지역에 거주하지 않지만 관계되어 자주 방문하거나 애정하는 사람으로, 인구감소지역의 새로운 원동력이 될 것으로 자주 언급되고 있다. 관계인구는 일본에서 최초로 사용된 용어로 농산어촌의 산업, 상업, 생활 등이 도시에서 지역을 오가는 사람들에 의해 작동하고 있다는 점에 착안하여 지역에 거주여부와 상관없이 관계성이 지역 활성화에 도움을 주고 있었다는 것을 발견하고 이를 인구감소시대의 새로운 원동력으로 기술했기 때문이다. 

관계인구 정책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하는 곳도 많다. 이는 관계인구라는 단어 중 관계가 아닌 인구에 집중하기 때문이다. 인구라는 단어 자체가 특정의 행정구역 내의 사람 수를 의미하기 때문에 결과치나 통계에 집착하게 되어 인구 부풀리기로 이어진다. 이는 예전에도 진행된 일이다. 

우리지역의 관계인구가 실효성을 가지기 위해서는 세가지를 고민해야 한다.

첫째, 관계인구라는 단어에서 인구가 아닌 관계에 집중하고 지역을 자세히 살펴보아야 한다. 이미 전업, 부업, 취미로 타 지역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고, 우리 지역에서 쉬기 위해 빈번히 방문하는 사람들도 많다. 서울로 이주했지만 부모님의 일을 도와주기 위해 지역을 방문하는 사람도 있다. 그들은 어떠한 사유로 우리 지역과 관계되었을까? 그들이 일하는 공간, 제3의 공간을 선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둘째, 그들은 지역과 어떤 관계망을 가지고 있는가? 행정구역과 관계된 사람은 거의 없다. 부모님, 친구, 카페, 자연 등 다양한 요소들이 있다. 관계망을 크게 관계를 이끌어 내는 사람과 콘텐츠, 안내하는 사람, 관계된 사람 등으로 나누어 관계망을 그려보자. 관계망이 완성되면 가장 중요히 여겨야 하는 요소는 우리 지역에서 관계를 만들고 있는 사람이다.  

마지막으로 수많은 관계인구들이 우리의 지역문제 해결을 위해서는 어떤 역할의 그룹이 필요한가를 고민해보는 것이다. 

 

△정수경 대표는 어반베이스캠프 대표이사, 커뮤니티 서점 경원동# 운영하고 있으며 웃음소리 넘치는 즐거운 도시 조성을 위해 활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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