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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안으로 바라본 영혼의 메아리, "매화가지에 꽃댕기"

 

 

장마철의 눅진함을 씻어내고 청량함을 더해줄 한 중견수필가의 서정성 가득한 수필집이 나왔다.
올해 이순(耳順)을 맞은 은옥진씨(60)가 영혼의 내밀한 목소리로 읊은 수필집 ‘매화가지에 꽃댕기’. (사과나무)

 

계간 ‘수필과 비평’과 한국기독공보에 상재했던 글을 모아 엮은 수필집으로 환갑을 기념해 발간한 책이다. 오래전 고향 전주를 떠나 서울에서 생활해온 그지만 ‘수필과 비평’에 글을 쓰며 고향 독자들과의 끈을 놓지 않고 있어 친숙하게 다가온다.

 

‘꽃’과 ‘나무’를 옴니버스식으로 이어낸 그의 글은 미세한 풍경이 보여주는 아름다움과 신선함을 전해준다. 그리고 ‘마음의 눈’으로 느껴보라고 속삭인다.

 

“나는 두 손으로 두 눈을 꼬옥 가려본다. 육신의 눈이 아닌 마음의 눈으로 아름다움을 창조하는 사람들을 떠올린다. …그들 마음 속 행간에서 일어나는 바람소리, 빗소리가 어찌 없었을까.”(‘마음의 눈’중에서)

 

그가 마음으로 바라본 꽃은 세상에 피어있는 꽃이나 바라보는 대상이 아니다. 꽃에서 노래가 들리고(‘목련꽃 그늘 아래서’), 동화의 세계가 펼쳐지는가 하면(‘아기 개나리’) 빵으로도 모습을 바꾼다.(‘꽃이 된 빵’)

 

그에게 꽃은 그리움의 대상이자 삶과 죽음을 이야기하는 매개체가 되기도 한다. 벽에 걸린 모란꽃 자수는 열다섯에 장티푸스로 떠난 언니를 그리워하는 증표로 애잔함을 더하고 어머니에 대한 기억은 히야신스로 치환된다.

 

나무에 대한 연상도 여러 코드로 드러난다. ‘바다를 그리워하는 곰솔’에서는 격랑의 소용돌이 속에서도 의연히 자리를 지키고 앉아있는 고목을 통해 인간의 실존과 그리움을 노래한다.

 

단순히 나무가 지닌 의미를 뛰어넘어 가치를 부여하는 ‘나무와의 교감’이 오롯이 배어있다. 또 환경보존에 대한 우회적 담론과 생명의식을 담는 그릇으로 나무를 활용, 독자들 가슴속에 생명공경사상이 시나브로 스며들게 한다.

 

어머니의 글에 딸의 그림솜씨가 보태진 것도 이채롭다. 미술세계 편집디자이너로 활동한 큰딸 신원선씨가 화사하면서도 정겨운 삽화 40여장을 곳곳에 그려넣어 어머니의 글맛을 우려냈다. 모녀가 쓰고 그리는 작업은 한국기독공보 ‘테마에세이’에 이어 두번째다.

 

전주여고와 전북대 영문과를 졸업한 그는 저서로 수필집 ‘사연’이 있으며 한국문인협회, 국제펜클럽, 한국여성문학인회 회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임용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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