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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기교수의 한문속 지혜찾기] 곧음과 고발 정신

 

 

父爲子隱하고 子爲父隱이면 直在其中矣니라.
부위자은     자위부은     직재기중의

 

아버지(父)는 자식(子)을 위하여(爲) 숨겨주고(隱) 자식(子)은 아버지(父)를 위하여(爲) 숨겨주면(隱) 곧음(直)은 그(其) 안(中)에 있게(在) 될 것이다(矣).

 

《논어》〈자로(子路〉편에 나오는 말이다. 섭공(葉公)이 공자에게 말하였다. "우리 마을에 아주 곧은 사람이 하나 있습니다. 아버지가 양을 훔쳤는데 아들이 그것을 고발하였습니다." 그러자, 공자가 말하였다.

 

"우리 마을의 곧은 사람은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아버지는 자식을 숨겨주고 자식은 아들을 숨겨주려고 합니다. 그렇게 하면 곧음을 어느 새 그 안에 자리하게 됩니다"

 

공자의 생각인즉 자식이 아버지를 고발하고 아버지가 아들을 고발하는 고발정신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버지가 해를 당하지 않게 하고 아들이 벌을 받지 않게 하기 위해 그것이 잘못된 일인 줄 알면서도 서로 숨겨주고자 하는 마음, 부자 사이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마음이 그렇게 가고 마는 그런 천륜의 정이 더 중요하다는 것이다. 바로 그런 천륜을 지키려는 마음이 있다보면 그 안에서 정직은 자연스럽게 자라게 된다는 것이다.

 

진정한 정직함은 따뜻한 정을 토대로 자라는 것이지 칼로 자른 듯이 냉혹한 고발정신을 바탕으로 자라는 것이 아니라는 게 공자의 생각인 것이다. 요즈음처럼 분별 없이 '투명'이 강조되는 세상에 공자가 한 이 말의 의미를 몇 줄의 글로 표현하기가 참 쉽지는 않지만 공자의 '숨겨줌'의 철학이 섭공의 '고발'의 철학보다 천 만 배 깊이가 있는 철학이라는 점은 분명히 말하고 싶다. 고발하고 수사하며 사는 세상, 좋은 세상이 아님을 알도록 하자.

 

隱:숨을 은  '父爲子隱'은 '父爲子所隱'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直:곧을 직  矣:어조사 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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