좁은 골목길은 끝이 날 것 같지 않다. 담장과 담장이 어깨를 맞댄 틈 사이에 또 다른 골목길이 놓였다.
걸음 느린 할아버지, 골목길로만 골목길로만 마음 앞세운다.
한옥마을을 돌다가 교동의 골목길에서 우연히 마주친 풍경. 섣불리 할아버지 앞서 가지 못하겠다.
낡고 허름한 기와집들. 더러는 슬레이트를 이고 더러는 플라스틱을 이고 있는 누더기 지붕들 위로 늘어진 전선들이 지나간다.
하늘도 보고 땅도 보고, 이집 저집 대문도 담장도 쳐다보며 가시는 길 뒤 따라가다 보니 느리게 걷는 즐거움을 알겠다.
반듯하게 닦인 태조로 이쪽저쪽에 몸 낮추고 놓여있는 남루한 골목길들. 이리 저리 돌다가 번잡한 큰길보다 지름길이었음을 알게 됐다.
교동과 풍남동이 통합된 지 한달. 온전히 ‘풍남동’이 된 한옥마을에서 이제 ‘교동’은 추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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