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짜라면 양잿물도 마신다.’는 말이 있듯이 한국인들은 유난히 공짜를 좋아하는 것 같다.
그리고 공짜 다음으로 좋아하는 것이 ‘덤’이라 불리는 가산치(加算値)일 것이다.
이렇게 덤을 좋아하는 습성이 우리의 수치 관념을 흐리게 만든 장본인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또한 우리 민족의 넉넉한 인정(人情)의 표출이라는 점에서 그대로 버리기엔 아쉬운 면이 없지 않다. 우리는 흔히 물건을 살 때 덤으로 붙어오는 그 무엇이 없으면 인정머리가 없다느니, 야박하다느니 하면서 투정을 부리기 일쑤다.
요즘같이 공정거래법에 위배되는 사안일지라도 ‘끼워팔기’란 상행위가 여전히 성행하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을 듯하다.
‘덤’이란, 제 값어치의 물건 밖에 조금 더 얹어 주거나 받는 물건을 가리킨다.
월급쟁이에게 있어 기본 급료 외에 따로 주는 보수를 기리켜 ‘덤삯’이라 부르는 것을 보아도 알 수 있다.
이 덤삯에 대해 급료지급 명세서에 상여금(賞與金)이란 한자말을 쓰고 있기도 하나, 요즘엔 일반적으로 ‘보너스(bonus)’란 영어가 더 많이 통용되고 있는 것 같다.
‘보너스-상여금-덤삯’에서 우리는 일반적인 외래어·한자어·고유어 3자간의 위상적 대립을 볼 수 있는데, 이는 마치 ‘밀크-우유-쇠젖’의 대립에서 보는 것과 유사한 위상적 차이를 느낀다.
덤이란 더없이 좋은 것이긴 해도 그 한계를 넘어서면 곤란하듯이, 정겨운 우리말이 날이 갈수록 외국어로 대체되는 것도 바람직한 일은 아니다. 이러다간 혹시 ‘국어사랑, 나라사랑’이란 멋지고 값진 구호가 ‘영어사랑, 세계사랑’으로 바뀌지나 않을까 걱정된다.
/아동문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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