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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범시인의 향수어린 책] 조운시조집(曺雲時調集)

대표작 '구룡폭포' 읊고 읊어도 절창

조운(曺雲, 1898~1948 월북)은 전남 영광 출신이었다. 가람(李秉岐) 보다 7년 연하로 일찍부터 친분이 도타웠다.

 

「조운시조집」(조선사, 1947)의 제자(題字)도 가람이 썼다. 장정은 화가인 이승만(李承萬)이 맡은 4·6판 92면의 시집이다. 수록 작품은 7편, 서문도 발문도 없다. 오직 내표지 뒷면애 ‘애음고시조’(愛吟古時調) 한 수를 들어놓았을 뿐이다.

 

상촌(象村) 신흠(申欽, 1566~1628)의 시조다.

 

‘노래 생긴 사람 시름도 하도 할사 / 일러 다 못 일러 불러나 프돗던가 / 진실로 풀릴 것이면 나도 불러 보리라.’

 

나도 애송하는 시조다. 시조로 쓴 시조론이기도 하다.

 

시조집에 담긴 첫 작품은 ‘석류’(石榴)다. ‘투박한 나의 얼굴 / 두툼한 나의 입술 / 알알이 붉은 뜻을 / 내가 어이 이르리까 / 보소라 임아 보소라 / 빠개 젖힌 이 가슴.’ 현재 영광읍 도동리 136번지에 보존되어 있는 조운 생가에 가면 백년 남 나이테를 헤아린다는 석류나무도 볼 수 있다.

 

‘석류’도 석류철이면 으레 떠오르는 작품이지만 ‘조운’하면 먼저 떠오르는 시조는 ‘구룡폭포’(九龍瀑布)다.

 

‘사람이 몇 생(生)이나 닦아야 물이 되며 몇 겁(劫)이나 전화해야 금강에 물이 되나. 금강에 물이 되나 / 샘도 강도 바다도 말고 옥류 수렴 진주담과 만폭동 다 고만 두고 구름 비 눈과 서리 비로봉 새벽안개 풀 끝에 이슬되어 구슬구슬 맺혔다가 연주팔담 함께 흘러 / 구룡연 천척절애에 한번 굴러 보느냐.’

 

한 수의 사설시조다. 읽고 읊고 읊고 읽어도 절창이다. 신석정 시인은 이 한 수를 즐겨 휘호하여 친구·후배들에게 주기도 하였다. 다시금 읊조리자니, 이 여름의 더위도 물러서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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