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광불급(不狂不及)'. 미쳐야 미친다.
그저 수필을 쓰는 것이 좋았다. 애착이 많아 학생들에게 수필 쓰는 법을 가르치기도 했다.
수필가 김학씨(65·사진)가 「자가용은 본처 택시는 애첩」 (좋은수필사)을 펴냈다. 그에겐 수필이 애첩이라기보다는 본처다.
목적지를 결정하는 사람의 한 마디로 그 운명이 결정나는 택시는 타고 내리기가 쉽다. 미련없이 떠나보내는 애첩과 비슷하다. 반면 승용차나 본처는 늘 곁에 있어 존재감이 없는 것 같지만, 헤어지려면 매매양도 절차·이혼 등 고된 절차를 치러야 한다. 그에게 수필은 없으면 불편해서 못견디는 그런 존재다.
그의 글엔 유독 고향이나 친구 이야기가 많다. 임실 삼계 박사마을, 마음 속 고향을 그리며 나들이를 떠나기도 하고, 군불을 지핀 안온한 온돌방에서 묵고 싶은 소박한 일상을 꿈꾸기도 한다.
그래서 글을 읽노라면 감칠맛 나는 비빔밥을 먹는 것 같다가, 구수한 숭늉으로 목을 축이고, 걸쭉한 막걸리까지 들이키는 듯한 느낌이 든다.
오랜 시간 수필을 썼고 가르쳐 왔지만, 그는 늘 '역지사지'의 자세를 강조한다. 미처 보지 못한 사물에 대한 다양하고 깊이있는 시선을 담기 위해서다.
또한 수필의 길이도 좀 더 짧아지고, 시각적인 효과까지 염두에 두고 써야 한다고도 한다.
모니터 화면을 메우는 분량은 200자 원고지 5매 정도이므로 그 이상 넘어가면 흥미를 잃게 된다는 것. 또한 동양화가 여백의 미를 강조하고 있는 것처럼, 문단 띄워쓰기 등 한 눈에 들어오게끔 글을 쓰는 것도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북대 사학과, 경영대학원 졸업했으며, 전북수필문학회, 임실문인협회, 전북문인협회, 전북펜클럽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1978년 처녀 수필집 「밤의 여로 1」「밤의 여로 2」 「철부지의 사랑연습」 「춘향골 이야기」「오수 땅 오수사람들」「가을 앓이」 「아름다운 도전」 「실수를 딛고 살아온 세월」과 평론집「수필의 맛 수필의 멋」등 다수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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