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에 실보다 가늘고, 쇠 털보다 촘촘하며 길이가 수척에 이른다. 빛깔은 검푸른데 그 맛은 매우 달고 향기롭다.'
조선시대 정약전은 매생이를 이렇게 묘사했다. 하지만 매생이를 꽁꽁 뭉쳐 둔 모습은 머리채를 잘 빗어올린 어여쁜 색시의 뒤통수 같다. 물에서 나는 이끼인 매생이. 2월까지가 제철인 별미다.
위 건강에 좋고, 다이어트에 효과적인 데다, 간장 기능까지 높여주는 건강 지킴이 음식이다.
매생이는 철분과 칼륨, 단백질 등이 가득 있는 데다 그 특유의 향과 맛으로 오래 전부터 식용으로 애용돼 왔다. 식물성 고단백 식품으로 피부 미용에도 좋으며, 피를 맑게 해 숙취에도 제격이다.
비릿하지 않은 해초류의 신선한 향과 담백한 뒷맛에 빠지면 절대 잊을 수 없다.
매생이는 고가다. 채취 과정이 정성 그 자체이기 때문. 전남 강진이나 장흥의 청정한 물가에 어민들이 엎드리다시피 해 양손으로 쳐 둔 발에 모인 매생이를 올올이 거둔다. 한 나절은 거두어야 양이 모일 정도다.
재래시장에서 어른 주먹 크기만한 모양으로 다듬어 뭉치(재기)로 판매되고 있다. 지난해까지 매생이가 풍작을 이루면서 한 뭉치에 3000원 정도에 판매됐으나, 최근 수요가 늘면서 3000~5000원 선에 거래되고 있다.
매생이를 요리하려면, 먼저 맑은 물에 씻은 후 일일이 손바닥에 올려놓고 이물질을 제거해야 한다.
하지만 자주 씻을수록 매생이 특유의 향이 사라진다. 바로 사다가 요리해 먹는 것이 가장 신선하다.
손이 많이 가는 게 흠이라면 흠. 매생이를 어떤 음식에 넣어도 오감을 먼저 움직이게 한다.
매생이는 파래·김에 비해 냄새와 질감이 섬세해 주로 굴과 함께 넣어 시원하게 국으로 끓여 먹는다.
굴을 넣어 맑게 끓인 물에 한 줌 풀어도 맛깔스럽고, 매생이를 넣어 반죽한 수제비나 칼국수도 별미다.
떡국에 매생이와 참기름을 더해 넣으면 찰떡궁합.
하지만 매생이를 끓일 때는 불이 너무 강하면 금방 녹아 버리기 때문에 약한 불에서 조리해야 한다. 주로 국으로 끓여 먹는데 되직하게 하면 죽이 되고, 묽게 끓이면 국이 된다.
매생이를 넣은 반죽에 생굴을 넣고 튀겨 낸 '매생이 굴 튀김'은 바삭바삭한 맛이 살아있다. 매생이가 튀김옷에 녹색 그물처럼 퍼져 있어 먹어보고 싶은 호기심이 들게 한다.
매생이, 굴, 날치알을 넣어 두꺼운 돌솥에 담아 내오는 '매생이 굴밥'은 삭힌 고추간장으로 간을 맞추어 먹는데, 조합이 잘 어울린다. 맵고 자극적인 일반 돌솥비빔밥에 비해 깔끔하고 고급스러운 맛이다.
매생이를 얼음 크기로 뭉쳐 얼려 두었다가 라면 끓일 때 하나씩 넣어 '매생이 해장 라면'을 끓여먹는 마니아도 있다. 한겨울에만 구할 수 있는 매생이를 냉동 보관해 1년 내내 이용하는 것.
매생이를 서양메뉴와 접목해도 오묘한 맛을 살릴 수 있다. 이름하여 '매생이 파스타'. 매생이는 오징어, 버터나 치즈 등 개성 강한 식재료에 절대 눌리지 않는 데다, 바다의 짠 맛을 간직해 소금 간은 적게 하면, 향긋한 바다향이 나는 파스타를 맛볼 수 있다.
옛날엔 매생이국을 '미운 사위 국'이라 불렀다. 매생이 결이 아주 가늘어 덩어리진 매생이를 모르고 먹었다간 숨어있던 열기로 입안이 헐기 쉬워서다. 딸에게 소홀히 한 사위를 골탕 먹이기 위한 장인·장모들의 입맛에도 매생이 국이 '딱'이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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