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을 한다고 하면 많은 사람들이 물어본다.
"먹고 살기 힘들죠?”
나는 솔직하게 대답한다.
"아니요. 연극 통해 먹고 살 수 있는 일들도 많아요.”
하지만 배우만 했다면 사정은 달라진다. 특히 수도권에 비해 연극이 많이 올려지지 않는 지역에선 연극배우로만 살아가기엔 어려움이 많다. 때문에 연극배우를 하면서 연극과 관련된 공연기획, 홍보, 조명, 무대제작 등으로 밥벌이를 하는 경우가 많다. '연극하면 먹고 살기 힘들다'는 말이 나오는 것은 어쩌면 모두가 배우만 고집하기 때문일 지도 모른다.
몇 년 전 부터 한국문화예술교육진흥원은 예술강사를 모집해 학교 및 시설로 파견하는 사업이 시작했다.
찾아가는 문화예술교육 일환으로 현장에서 활동하는 예술인에게 일정기간 연수를 거치게 한 뒤 예술강사라는 직함을 부여해 직접 교육을 펼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사업이다.
그로 인해 이들은 전국 초ㆍ중ㆍ고등학교(특수학교, 대안학교 포함)과 아동복지시설, 복지관 시설에 파견돼 60세 이상 노인·장애인, 사회 취약계층에게 국악, 연극, 무용, 미술, 음악, 애니메이션, 영화 등 다양한 수업을 제공하고 있다.
전북의 경우만 해도 500여개가 넘는 시설에 많은 예술강사들이 파견돼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단순하게 생각하면 물론 예술가에게나, 문화소외 계층에게 좋은 일이다. 하지만 좀 더 가까이 들여다 보면, 단순하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극단에 소속돼 있는 배우들의 경우 경제적 어려움을 해결하고자 예술강사로 활동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여유가 생긴 이들은 남은 에너지를 무대에 쏟지 않고 정작 무대를 떠나게 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생긴다.
교육을 하고자 한다고 해도 공연활동을 하면서 감각을 잃지 않는 것이 더 큰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지만, 현실은 다르다. 그나마도 버티다 버텼던 배우들은 하나둘씩 서울로 빠져나간다. 지역 예술계는 힘들다, 더이상의 가망이 없다는 이야기도 하고, 더 즐길 문화가 다채로워진 상황에서 연극의 매력이 떨어졌다는 얘기도 들린다.
하지만 과연 그럴까. 연극은 사람 냄새 나는 무대다. 미리 짜놓지 않고 감정을 바로 드러내는, 관객과 배우와의 교감이 일대일로 전해질 수 있는 무대다. 게다가 연극에선 몇 개의 상징적 소품으로도 사실적 장면의 긴장감을 살릴 수 있다. 사실적 장면보다 더 사실적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만들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어떤 공연예술 무대라 하더라도 연극이 갖는 매력을 따라올 수는 없다고 생각한다. 매년 연극의 위기론이 터져 나오지만, 명맥을 이어나가는 것도 그만큼 연극이 갖는 매력이 아직까지는 통하고 있다는 것을 뜻한다. 연극의 매력에 빠질 수 있도록 배우들 스스로가 노력한다면, '흥행보증 수표'를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예술계에 항상 사람이 부족하다는 이야기가 끊이질 않는다. 연극을 비롯한 순수예술 장르는 특히 더하다.
연극인들이여! 예술가들이여! 다시 무대로 돌아오라. 무대가, 관객들이 예전의 그 감동을 간절히 원하고 있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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