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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공연은 매진, 선거는 당선이 우선? - 박영준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저희 아버지께서 이번 공연에 정말 실망하셨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한순간도 몰입할 기회를 안준다는 게 요지였습니다. 저는 부모님께서 좀 더 많은 공연을 접하시고, 결국엔 스스로 찾아 보시게끔 만들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중입니다. 그런데 이번 공연으로 인해 약간의 걸림돌이 생긴 것도 같습니다. 아버지께서 먼저 보고 싶다고 하신 공연이었거든요. 처음으로! 하지만 보고 오신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이 혁씨)

 

'공연을 시작한 지 10분이 넘어서까지 사람들이 우루루 들어와서 집중하기가 힘들었습니다. 뒷자리에 앉아 그런지 더욱 신경이 쓰였답니다. 다음엔 관람하시는 분들 또한 일찍 오시길 희망합니다.' (박헤레나씨)

 

'기대를 많이 했던 작품이라, 며칠 전부터 예매해서 보러갔는데, 옆에 앉은 여자분이, 내내 큰소리로 옆 친구와 얘기를 하더군요. 몇 번 눈치를 주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 말입니다. 정말 슬픈 장면에서 큰소리로 콧물 난다고 하는데, 감정이 확 깨져버린 느낌이었어요. 덕분에 제게 '내 사랑 내 곁에'란 작품은 별 감흥 없는 그저 그런 영화가 되어버렸답니다.' (이지혜씨)

 

얼마 전 연극과 영화에 관련된 후기를 읽고, 부끄럽고, 죄송한 마음이 밀려왔다. 나를 반성하게 만든 내용은 이러했다. 공연을 준비하는 사람들은 객석이 가득 차서 매진되기만을 희망한다. 공연 중 객석에서 어떤 일들이 일어나는지에 관해서는 관심이 부족했다.

 

전화 통화하시는 분, 암전만 되면 휴대폰으로 시간을 확인하시거나 문자를 주고 받는 분, 스포일러처럼 옆 사람과 생중계로 떠드시는 분, 아이들이 '엄마 이게 뭐야?' '저게 뭐야' 라고 신나게 떠들어도 친절하게도 답해주며 함께 시끄럽게 하시는 분, 예약하고 늦게 오셔서 중앙 좌석에 앉기 위해 여러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고도 당당하신 분.

 

공연기획자로서 분위기를 깨는 이런 분들에 관한 세심한 신경을 쓰지 못한 게 아니냐는 생각이 들었다. 좌석을 메우기에만 급급했지, 스스로 찾아온 관객을 놓친 것 같았기 때문이다. 연극의 3요소는 희곡, 관객, 배우이듯 공연이란 배우와 관객이 함께 만드는 것이다. 연기자가 좋은 공연을 위해 노력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관객도 더 좋은 공연을 보기 위해서는 스스로가 수준 있는 관객 매너를 보여주기 위해 노력해야 할 필요가 있다.

 

순간 10월 재보궐 선거가 우리네 공연 현실과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치인들도 당선되기 전까지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이는가. 관객을 공연장으로 오게 만드는 것처럼, 정치인들도 유권자를 만나기 위해 장소 가리지 않고, 어디든 달려간다. 시장을 찾은 정치인은 "잘살게 해드리고 불편한 점들을 개선해드리겠습니다" "서민이 잘사는 세상 만들어 보겠습니다"고 약속한다. 그리고 당선만 되면 약속은 온데간데 없고 자신과 당을 위해서만 몸을 바친다.

 

재보궐 선거가 열리는 것은 의원들의 불법 선거운동이나 금품수수 비리 때문이다. 선거 비용만 해도 수천만원에서 수억원까지 든다고 한다. 이 비용을 세금으로 충당한다고 하니, 재보궐 선거 원인을 제공한 자에게 선거비용을 받아 선거를 치르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

 

어른들의 말씀 중 '정치인들은 화장실 깔 때 와 나올 때가 다르다' 라고들 하신다. 이것은 비단 선거에서만 통용되는 말은 아니다.

 

공연 매진도 좋지만, 좋은 환경에서 좋은 공연을 감상할 수 있도록 주최자 측에서도 관리하고 감시하는 일에 게을리해서는 안 될 것 같다.

 

/박영준(전주시립극단 기획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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