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1년 장수에서 태어났고, 배제대 미술학부에 들어갔다가 밴드에 빠져 그만뒀다. 상상을 초월하는 가족의 반대를 무릅쓰고 이 길에 들어선 이상 뭔가 승부를 걸어야 했다. 2003년 인디 밴드 '더 컴'을 조직했으나 빛을 보진 못했다. 2007년 '국카스텐(Guckkasten)'이라는, 전혀 듣도 보도 못한 간판으로 바꿔 달고 변신했다. 독일어로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국카스텐'는 그를 필두로 한 전규호(기타) 이정길(드럼) 김기범(베이스)이 참여한다. 이들의 등장은 호불호를 떠나 21세기 록 음악계를 뒤흔드는 결과를 가져왔다. 여기서 보컬 하현우(30)의 업적(!)은 다음과 같다.
첫째, 난해한 이름과 가사는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난해 발매한 미니 앨범 'tagtraume'(타그트라움)은 독일어로 '백일몽'을 뜻한다. 그는 "프로이드의 책을 읽고 모든 예술가에게는 이런 기질이 있다"고 했다.
완성도가 높은 곡으로 꼽은 '붉은밭'의 한 대목. '기쁨을 마셔 버린 붉은 천사야 마지막 불꽃으로 떨어져 보자 니가 베어 문 농염한 비명에 우리 모두는 춤추고 벗어 버린 허물을 잡고 태양을 만지러 가네'를 듣다 보면 도통 무슨 뜻인 지 모르겠다. 그는 "내 가사는 시(詩)로 보면 된다"며 "시집이 소통이 가능하면, 내 가사도 마찬가지"라고 했다. 하지만 다른 멤버들도 그의 가사를 100% 이해하는 건 아니다.
둘째, 몽환적 분위기의 사이키델릭 록을 주축으로 하드록, 포크 등이 그의 음악 안에서 방목된다. 그는 강렬하면서도 처절하고 간절한 음악을 원했다. 곡마다 강렬함과 처연함으로 극과 극을 오가지만, 오히려 자연스럽게 여겨질 정도. 지난해 '제7회 한국대중음악상'의 '올해의 신인상','록 부문 최우수 노래상'을 수상하면서 평단으로부터 음악성을 인정받았다.
셋째, '훈남'인 외모에 거침없는 입담은 공연을 보는 또다른 재미를 던진다. 올해부터 광주 MBC의 '문화 콘서트 난장'을 맡게 된 그는 첫 방송에서 날 것의 음악 에너지, 스스로를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어디로 튈 지 모르는 매력을 갖고 있다고 했다. 물론 시청자들은 뒤집어졌다.
"후회해본 적 없어요. 음악 말고 잘할 수 있는 게 없거든요. 음악을 시작했는데, 이건 누구보다 잘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드는 거예요."
'국카스텐'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EBS의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 '헬로 루키'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부터. 상금은 데뷔 앨범 제작비가 됐다. 하지만 최대의 시련이 닥쳤다. 스튜디오에서 애써 녹음한 원본을 담아둔 컴퓨터 하드디스크가 불타 버리는 사고가 발생된 것. 망연자실하던 중 엔지니어가 임시로 구워놓은 CD 한 장이 있다는 희소식을 접했다. "모든 것이 맘에 안 들었지만" 데뷔를 더 늦출 수는 없었다. 2009년 '비포 레귤러 앨범'이 나왔다. "여러 모로 부족한 것 투성인" 앨범은 1만장 이상 팔려 나갔다.
돈을 모아 숙원사업인 1집 재녹음에 들어갔다. 조금만 마음에 안 들어도 여러 차례 갈아 엎었다. 멤버들은 "(녹음에 엄청난 돈을 들이는) 본 조비가 되는 줄 알았다"며 웃었다. 1년 2개월 만에 앨범 '리레코딩'은 재발매됐다. 이전 앨범을 가져오면 바꿔주는 '리콜제'도 했다. 하지만 팬들은 두 장 모두를 소장하길 원했다.
기타리스트이기도 한 그는 "매번 공연이 절정으로 치달을 때마다 머릿속이 하얘지고 접신하는 기분마저 든다"고 했다. 다른 멤버들도 얼마나 공연에 열중하는 지 골반뼈가 부러진 줄도 모르고 공연을 하기도 했다.
방송, 인터뷰, 공연, 행사를 제외한 나머지 시간은 신곡 작업의 연속이다. 스케치 단계의 곡이 나오면 멤버들과 편곡 작업을 한다. 악기별로 살을 덧대어 곡으로 완성해나가는 방식. 그렇게 곡이 쌓이면 앨범 작업에 들어간다. 2집 앨범 준비 중인 그는 "베이스가 들어오면서 리듬이 더욱 자유로워진 것 같다"고 했다. 지난해 앨범 2000장이 발매되자마자 다 팔린 것에 대한 보답을 위해 이들은 올해 부산 대구 서울 등 단독 공연을 갖는다. 강렬한 데뷔작 이후 대개 실망스러운 후속작을 내는 경우가 다반사지만, 준비중인 2집 앨범은 이런 징크스를 보기 좋게 날려버릴 듯. 그의 '음악 창고'가 벌써부터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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