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 전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야외공연장에서 열린 2014 전주세계소리축제의 폐막공연장은 열광의 도가니였다. 에일리·주현미·마야·바비킴·하현우 등 국내 정상급 K-pop 가수들이 무대를 흔들면서다. 특히 국카스텐의 하현우는 ‘해야’ ‘한 잔의 추억’ ‘모나리자’를 열창하며 관람객들의 정신을 쏙 뺐다. 그는 열창과 함께 자신이 이날의 자리에 설 수 있었던 성장사를 살짝 공개했다. 장수에서 초등학교를 다니다 전주로 전학한 후 길거리를 쏘다니며 노래를 부르고 또 불렀단다. 아마 그 때 길거리에서 미치광이처럼 노래를 부른 아이를 기억하는 관객들이 있다면 자신을 본 것이라고 농반진반으로 지역에 대한 친밀감을 드러냈다.
MBC ‘복면가왕’에서 9연승 가왕을 이어가고 있는 ‘우리동네 음악대장’이 요즘 가요계의 단연 화제다. 음악대장은 지난 22일 방송된 결승 3라운드에서 록의 전설 김경호마저 눌렀다. 음악대장을 무너뜨릴 수 있는 카드로 김경호가 투입돼 헤비메탈 곡인 ‘해야’를 열창했다. 음악대장은 잔잔한 트로트곡인 ‘백만송이 장미’로 응수했다. 사회자까지 그만 내려놓고 싶은 선곡 아니냐고 할 정도였으나 심사단은 또 음악대장의 손을 들었다. `백만송이` 노래가 그렇게 아름답고 처연한 노래인 줄 몰랐다거나, 음악대장은 동요를 부르더라도 가왕을 지킬 것이라는 찬사가 쏟아졌다. 관련 시청자 게시판이 그야말로 감동이라는 댓글로 물결을 이루고 있다.
아직 가면이 벗겨지지 않았지만 가면의 주인공은 국카스텐 하현우(35)라는 데 별 이론이 없는 것 같다. 음악대장을 이길 사람은 하현우뿐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니. ‘국카스텐’이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것은 2008년 EBS의 ‘스페이스 공감’의 신인 발굴 프로젝트에서 대상을 수상하면서다. 그룹 보컬 하현우는 2012년 ‘나는 가수다2’에서 폭발적인 가창력과 기괴하면서도 파워풀한 연주로 청중들을 매료시키며 스타 탄생을 예고했다.
‘국카스텐(Guckkasten)’은 중국식 만화경을 뜻하는 독일 고어에서 따왔다고 한다. 유리구슬·종잇조각 등을 넣어 아름다운 무늬를 볼 수 있도록 만든 거울인 만화경은 같은 모양을 다시 나타내지 않고 천변만화(千變萬化)한다. 전주의 길거리에서 노래로 배회하던 ‘우리동네’소년이 명실공히 국가대표급 가수가 돼 전국을 들었다놨다 하고 있으니 그 자체로 만화경이다. 음악대장이 펼칠 앞으로의 만화경이 더욱 궁금해진다.
김원용 논설위원
저작권자 © 전북일보 인터넷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아래 경우에는 고지 없이 삭제하겠습니다.
·음란 및 청소년 유해 정보 ·개인정보 ·명예훼손 소지가 있는 댓글 ·같은(또는 일부만 다르게 쓴) 글 2회 이상의 댓글 · 차별(비하)하는 단어를 사용하거나 내용의 댓글 ·기타 관련 법률 및 법령에 어긋나는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