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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춘예찬] 스마트한 세상에서 살아가기

양수지(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며칠 전 휴대폰을 바꿨다. 분명 산 지 오래 되지 않았던 휴대폰인데 언제부턴가 문제가 생기기 시작했고, 통화가 끊긴 적도 여러 번인 터였다. 그간 잘 참아왔지만 이대로는 안 될 것 같아 학교 앞 휴대폰 가게를 찾았다.

 

한 시대를 풍미했던 폴더와 슬라이드, 터치폰은 구석 쪽에 진열돼 있었고 가운데에는 각종 스마트폰이 즐비했다. 점원은 당연하다는 듯이 스마트폰을 추천했고, 필자는 기계 값을 공짜로 해준다는 데 솔깃해 구입을 결정했다.

 

몇 달 전 까지만 해도 필자는 스마트폰을 당분간 구입하지 않을 거라 다짐했었다. 스마트폰을 사용한다고 해서 그 사용자까지 '스마트'해지지는 않을뿐더러 스마트폰 요금제는 기본적으로 몇 배는 비싸기 때문이다. 그러나 하루 사용해 본 스마트폰은 내게 신세계를 경험케 해주었다.

 

한 통에 20원인 문자메세지 대신 메신저 어플리케이션으로 공짜로 대화를 나눌 수 있었고, 컴퓨터를 켜지 않고도 메일을 읽었다. 자기 전에는 좋아하는 드라마 예고편을 봤으며 아침에는 날씨를 확인하고 입을 옷을 결정했다.

 

지인들과의 대화에서도 스마트폰에 대해 공감하고 얘기를 나눌 수 있었다. 잠깐 옮겨보자면 전화와 문자메세지만 이용한다면 스마트폰의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기에 '안 쓰는 것이 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었다.

 

이처럼 일반 휴대폰보다 편리하고 다양한 기능을 제공하지만, 스마트폰을 처음 접한 며칠 동안은 익숙하지 않고 어려웠다. 몰려드는 메시지에 우물쭈물하는 내가 한심스러웠다. 기계만 빨라질 것이 아니라 사람도 덩달아 빨라져야함을 느꼈다.

 

지난주, 고향에 계신 엄마가 부탁을 하셨다. 동사무소에서 폐휴대폰을 팔아 불우이웃돕기 성금으로 낸다며 폐휴대폰을 모아달라고 말이다. 며칠 동안 주위 지인들로부터 모은 휴대폰은 10개가 훌쩍 넘었다.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다가 한 휴대폰을 켰다. 이 휴대폰의 주인은 같이 봉사활동을 하는 친구였다. 이리저리 만져보다 사진첩에 들어갔다. 친구의 부모님, 지금의 남자친구와 찍은 사진이 있었다. 2학년 무렵 찍은 모양인데 이렇게 보니 풋풋한 친구 모습이 귀여웠다. 모은 휴대폰 중에는 내 것도 있다. 거기에도 내 소중한 추억이 담겨져 있을 테지만 쓸모가 없어져 내놨다.

 

문득 매일 새롭게 변화하고 빠르게 달라지는 세상이랍시고 옛 추억들을 쉽게 져버리는 내가 무서워졌다. 전자업계에서는 올 해 우리나라 스마트폰 사용자 수가 2천 만 명이 넘을 것으로 예상한다고 했다. 이들이 쓰다 버린 휴대폰 속에는 예전의 나와 친구, 그 때의 친했던 친구들의 전화번호, 당시 관심사, 추억들이 남겨져 있을 것이다.

 

스마트한 세상 속에 살아가는 우리들이 한 번 쯤 생각해봐야 할 점이 있다. 우리는 분명 곱게 접은 쪽지와 수줍게 적은 연애편지로 우정과 사랑을 그렸고, 'ㅋㅋㅋ'이 아닌 밖에서 공을 차며 친구들과 '하하하' 웃었던 날이 있었음을 말이다.

 

스마트폰 사용 일주일 째, 너도나도 스마트폰을 들고 다니고 '누구보다 빠르게, 남들과는 다르게'를 외치면서 언제 어디서든 SNS에 접속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자꾸 확인하고 해야만 하는 세상. 이 스마트한 세상에서 '나는 정말 행복해졌나.' 하는 의문이 든다.

 

/ 양수지(전북대 문헌정보학과 4학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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