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의 결혼 문화가 지나치게 물질 만능주의로 흐른다는 비판도 곳곳에서 나온다. 고급과 비싼 것의 대명사가 될 만큼 혼수의 의미가 변질되고 있는 이 시대, 원래 혼수의 의미를 되새겨보면 어떨까.
예단, 예물, 혼수 혹은 스드메(웨딩촬영과 본식을 위한 스튜디오, 드레스, 메이크업의 줄인 말) 등 현대의 결혼 문화가 생기기 전까지 과거의 혼수가 갖는 의미는 사뭇 달랐다.
결혼을 결정하면 가장 먼저 해야 하는 것이 스드메와 신혼여행을 위한 예약이라고들 한다. 특히 요즘처럼 결혼하기 좋은 해 이거나 5,6월 같은 결혼식이 많은 달은 이 자체도 전쟁. 전통혼례에는 없던 웨딩 촬영이라 스드메는 만들기 나름이고 외국에서 들어온 고가의 드레스는 빌리는 데만도 몇 백만 원을 호가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평생 한번 뿐이라는 생각과 사진은 영원히 남는 것이라는 것을 이유로 많은 돈을 투자하게 되는 부분이 바로 이 스드메다. 특히나 여자 연예인들의 웨딩 화보를 통해 공개되는 구두, 티아라(왕관), 보석 등의 액세서리는 혼수 시장을 이끄는 견인차(?)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혼수 얘기를 하자면 결혼에 대해 먼저 얘기할 필요가 있다. 흔히 우리는 '시집간다'는 표현을 쓰는데 우리나라의 결혼 문화는 원래 '장가들기'가 맞다.
고구려부터 내려온 독특한 혼인 풍습인 '서옥제(壻屋制)'를 보면 남자가 여자 집에 살게 되는 형태인데 현대의 데릴사위와는 다르게 이 신혼부부의 자식이 장성할 때 까지만 처가에 머무는 것이다.
그래서 사위가 처가에 있는 동안 노동력을 자연스럽게 제공하게 되고 이들이 시간이 흘러 여자 집을 떠날 때 그 노동력에 대한 대가로 돈이나 비단 등을 주는 것인데 이때의 혼수는 이러한 형태였던 것으로 보인다.
'장가가기'가 '시집가기'로 전환된 것은 조선시대 중국의 문물제도를 본받으면서 부터다. 부계 중심의 사회에서 처가의 존재는 가문의 결합을 방해했기 때문에 시집을 가야만 했던 것. 그러면서 혼수 문화도 자연스럽게 바뀌게 됐다.
현대에 우리가 말하는 예단은 사실 '예단비'로 바뀐 지 오래다. 과거에는 신랑 측에서 신부 측에 비단 천을 보내면 신부는 그 천을 이용해 옷을 지어 보냈는데 이것이 바로 예단. 며느리가 시부모님께 지어 보내던 비단 옷을 현대는 돈으로 대신하게 된 것인데 과거 며느리의 솜씨를 보기 위했던 것이 이제는 재정적인 면을 평가하는 것으로 돌변해 버려 문제다.
여기에 예단비와 함께 '꾸밈비'라는 신조어가 혼수 시장에 등장해 이 풍조를 가속화 시켰다. 과거 전통혼례 풍습을 보면 입을 옷, 화장품, 장식용구 등을 함에 넣어 신부에게 보냈는데 이것이 '봉채'다. 꾸민다는 의미로 보면 봉채와 다를 것은 없지만 요즘은 신랑 집에 보낸 예단비에서 떼어내 꾸밈비를 받는 것이니 기이한 현상이다.
약혼이 성립된 때에 그 증표로 남자측과 여자측 사이에서 교환하는 금품을 말하는 예물은 그 규모가 커진 것이 문제. 다이아몬드 크기가 어떻다든가, 어떤 종류의 보석을 얼마나 받았다든가 하는 것이 쟁점이다.
각자의 예산에 맞게 구성하는 것이 당연하지만 연예인들의 3캐럿 다이아몬드부터 주위 친구들의 자랑까지 예물 구성은 스스로 결정하기에는 방해물이 많다.
문제는 혼수를 준비하는데 있어 양 쪽 집의 차이가 생기면서 갈등의 요인이 된다는 것. 실제로 혼수 때문에 결혼이 깨졌다는 기사나 혼수 때문에 이혼을 했다는 소식을 접하는 일이 잦아졌다. 동성애 커플도 결혼하는 이 시대에 그야말로 아이러니한 세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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