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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책방 이야기

▲ 임 주 아

우석대신문 편집장

작년 이맘 쯤 전주 헌책방을 취재한 적이 있었다. 바로 옆 민중서관 본점이 문 닫은 지 며칠 되지 않은 때였고 몇몇 헌책방도 '임대' 종이만 써 붙이고 닫은 곳이 많아 괜히 울적한 터였다.

 

"다른 데 가서 알아봐요! 약 올리지 말고."

 

하지만 인터뷰는 쉽지 않았다. 장사도 안 되고 주변 책방은 하나둘씩 문 닫는데 학보사 기자라고 찾아와서 꼬치꼬치 캐물으니 진상손님보다 더했으리라. 같이 간 동료와 나는 이러다 소금 맞고 쫓겨날까 싶어 조마조마해 하며 책방을 관찰했다.

 

헌책방은 고3 학생들이 팔고 간 문제집과 참고서가 가득했다. 그냥 헌책방이 아니라 헌 참고서 책방이라 해도 무색할 정도였다. 아니나 다를까 오후 5시 쯤 되자 주변 학교를 다니는 여고생들이 하나둘씩 몰려들었다.

 

그 중에 한 학생에게 말을 붙여봤다.

 

"팔러 오기만 하고 사지는 않아요."

 

한 학생은 쑥스러운 듯 말했다. 이제 2학년 올라가는데 다 읽고 난 책들을 팔러왔단다. 값은 많이 주냐 했더니 어차피 필요 없는 책이라 괜찮다고 했다.

 

그래도 참고서는 곧잘 팔려 괜찮은 눈치였다. 하지만 다음으로 온 어느 아저씨 손님은 한 눈에 보기에도 무슨 책인지 알아보기 힘든 너덜너덜한 책들을 계산대 위에 턱 올려놓았다. 값을 못 쳐주겠다고 하자 몇 십 분간 실랑이를 벌이다 주인에게 상말을 퍼붓고는 돌아갔다. 아주머니는 크게 한숨을 쉬었다. 헌책방 골목에는 사람 한 명 보이지 않았다.

 

며칠 전 다시 찾아간 헌책방골목은 카운트다운 하듯 네 곳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어제는 행전안전부에서 전주한옥마을을 세계적 명소로 키우려는 발판으로 전주시와 협약을 맺어 떠들썩하고 객사는 열흘 뒤 열릴 전주국제영화제 준비로 분주하다. 하지만 바로 옆 골목은 쓸쓸하기만 하다. 2012년이 전북방문의 해라고 하지만 전북도는 후미진 골목이나 누군가의 추억에는 관심이 없는 듯하다.

 

나는 자꾸 아쉽다. 반질반질한 한옥마을에 비해 북적이는 객사에 반해 다락방에 혼자 남은 기타 같은 헌책방이 안타깝다. 누군가 조금만 물꼬를 틀고 문화공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도와줬으면 좋겠다. 이삼십 년 동안 헌책방을 이어가고 있는 주인들이 이젠 혜택을 받아도 되지 않나 생각한다.

 

그러기 위해선 똑똑한 전주가 헌책보다 새 책이 더 익숙한 우리에게 신선한 충격을 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테이크아웃 카페가 스터디 공간이 되고 만남의 장소가 되듯 헌책방도 하나의 문화공간으로 탈바꿈하면 어떨까?

 

전일슈퍼의 가맥이 그 이상을 넘어 전주만의 문화가 되고 있듯 헌책방도 하나의 소통공간으로 자리매김하면 전주의 큰 자랑거리가 될 것이다. 대도시의 헌책방이 어떻게 시민들과 손잡고 걸어가고 있는지 전주가 공부하고 본받았으면 한다. 그래야 먼지 쌓인 책들이 반짝반짝 새 주인을 찾고 골방이 된 책방이 제 본래 모습을 찾을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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