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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실군 관촌면 운서정 - 자연을 벗삼은 옛 선비들의 '풍류 공간'

수려한 풍광 자랑, 시민들 쉼터로 큰 인기 / 우국지사 세상 한탄한 곳, 망국의 恨 서려 있어

▲ 임실군 관촌면 사선대에 위치한 운서정. 사진제공=임실군
산과 강이 한데 어우러진 임실군 관촌면 사선대를 방문하면 병풍처럼 둘러친 산봉우리에 날아갈 듯한 와가(瓦家) 한채가 눈길을 끈다.

 

풍류를 아는 이는 발품을 들여 이곳을 올라가지만, 게으른 이는 멀리서 바라만 보아도 절로 감탄을 자아내는 모양새다. 당초 운서정이 위치한 산하(山下)는 멀리 경남 하동까지 뱃길을 잇는 오원강이 흐르고 있었으나, 1920년대 일제가 운암댐을 하류에 축조하면서 물길이 끊겼다.

 

김제의 만경평야에 농업용수를 공급하고 정읍의 칠보발전소를 통해 전기를 생산했던 일제는 오랜 전설을 간직했던 자연환경도 바꿔논 것이다.

 

운서정을 껴안은 이곳 사선대(四仙臺)의 전설은 아득한 옛날에 이곳 오원강가에서 4명의 선남선녀가 춤을 추고 놀았다는 아름다운 이야기를 품고 있다.

 

또 조선시대 전주관찰사를 지낸 이도(李道)라는 관리가 사선대의 풍광에 반해 기생을 동반, 풍류를 즐겼다는 전설도 담고있다.

 

지난 90년 초 국민관광지로 본격 개발되기 이전에는 전주와의 거리가 가깝고 산수가 어우러진 탓에 시민들의 쉼터로 인기를 끌던 곳이었다.

 

수량이 풍부해 어반수반(漁半水半)으로 알려진 사선대 오원강에서는 잡은 물고기로 매운탕을 안주삼아 술잔을 기울이는 천렵지로도 유명했다.

 

덩달아 산마루에 걸친 운서정도 여름철이면 이 일대 유명인사와 토호세력의 만남의 장으로 이용되면서 유명세를 탔다.

 

구름이 머무는 곳이라는 의미의 운서정은 당초 구한말 임실의 부호인 김해김씨 가문의 김승희가 부친 김양근의 유덕을 추모키 위해 지었다.

 

1928년 당시 6년간에 걸쳐 쌀 300석을 들여 지은 이곳은 정면의 길이가 5칸(1칸은 약 210㎝)에 이르고 측면은 4칸 규모로 아담하게 건축됐다.

 

운서정이란 편액은 당시 김제 사람인 심농 조기석(1876~1957)이 쓴 글씨로서 그의 자취는 전주 덕진공원의 취향정과 청학루 등지에 남아있다.

 

또 주변의 풍경이 수려한 탓에 운서정 아래에는 동재와 서재를 지어 이곳에서 풍류를 즐기고 숙식을 할 수 있도록 배려한 것도 정자의 특징이다.

 

반면 이곳은 1905년 한일합방후 이 지역의 수많은 우국지사들이 세상을 한탄한 곳으로도 알려져 망국의 한이 서렸다는 말도 전해진다.

 

이후에 운서정은 단순한 쉼터로 활용됐으나 지난 1990년 6월 지방문화재 제 135호로 지정되면서 세간의 관심을 끌게 됐다.

 

특히 이곳은 아득한 삼국시대에 백제와 신라의 경계를 이뤘던 곳으로, 양국이 영토를 늘리기 위한 전투가 끊이지 않았다는 학설도 제기됐다.

 

이는 10여년전 운서정 인근에서 성미산성의 흔적이 다양하게 발굴됨에 따라 임실군이 복원사업을 추진, 새로운 볼거리로 제공될 전망이다.

박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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