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란한 정치적 수사로 짜인 의무들에 가려진 공립미술관의 정체성은 어디에 둬야 할까.
그것은 바로 지역의 정체성을 보여줄 수 있는 차별화된 기획력이다. 이를 두고 전문가들은 지역 작가 위주에서 벗어나 지역 이슈가 중심에 있는 기획을 함으로써 '지역성'의 개념을 재구성하는 발상의 전환을 제시하고 있다.
다른 지역의 국공립미술관들이 지역 미술계를 보듬기 위해 미술협회의 비슷비슷한 회원전을 어쩔 수 없이 했다면 이제는 지역 작가들을 끌어안는 좀 더 세련된 방식이 필요하다고 본 것.
광주시립미술관이 5·18 민주화운동을 적극적으로 성찰해 열고 있는 '1980년대 광주 민중미술전', 부산시립미술관이 부산이라는 도시 자체를 재조명한 작품들을 모아 전시한 것이 그 예다. 경기도미술관이 2007년 '경기미술인 100인전'을 '경기, 1번 국도'로 바꾼 뒤 '2012 DMZ 평화그림책 프로젝트 DMZ ART' 등으로 이어내며 공간성을 부각한 전시로 여는 것도 그 연장선이다.
특히 경기도가 휴전선이 지나가는 분단의 상징적 공간임을 주목해 경기도미술관이 기획한 '경기, 1번 국도'는 독일·팔레스타인 등 분단을 경험한 지역 출신 작가들의 참여까지 유도해 신선한 시각을 불어넣은 동시에 지역 작가가 70%가 채워져 안팎의 호평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경기도미술관이 전시에 작가의 이름을 올리는 것 자체가 문화권력으로 여겨질 수 있다는 일각의 우려를 감안한 결정. 실제로 도립미술관이 올해 연 '1980년대 예술운동 현장의 작가들展'에 황재형·송수남을 초청한 것과 관련해 오간 설왕설래도 결국 작가를 전면에 내세우면 미술계가 분열하기 쉽다는 현실을 반증한 것에 다름 아니다.
이에 대해 미술평론가들은 "지역적 이슈를 발굴해 내세우면 전시 내용이 좀 더 역동적으로 꾸려진다. 그러면서도 지역 작가를 자연스럽게 끌어 올리는 효과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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