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1년 5월 7일 한국소리문화의전당 전시실에 도내 미술애호가 모임인 전북미술관회(회장 장춘실) 회원 20여 명이 모였다. 일 년 전 불의의 사고로 세상을 떠난 판화가 故 지용출(1963~2010)의 추모전이 열린 자리다. 고인이 세상을 떠나기 일년 전 창립한 전북미술관회의 그해 첫 번째 나들이라 각별한 기억이기도 했다.
이들은 김제 밭둑의 마늘과 전주 인근을 둘러싼 고목, 황토종이에 찍은 작은 풀이나 꽃, 전주 역사를 담아낸 현대판 지도, 전주의 숨결을 느끼게 하는 동고사 등 도내 풍경을 화면의 중심에 힘있게 끌어다 놓은 그의 유작에 감탄사를 연발했다. 고인이 20여 년에 걸쳐 내놓은 작품과 함께 처음 세상에 빛을 본 미공개작 300여점을 통해, 미처 알지 못했던 작품 세계에 매료됐기 때문이다. 작품에 흠뻑 빠져 있던 회원들은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고인의 작품의 가치를 보존하고 널리 알리자는 데 동의했다. 그리고 십시일반 모은 회비로 고인의 작품을 구입하기 시작했다.
판화가라는 말이 그 누구보다도 어울렸던 지용출 작가의 예술혼이 전북도립미술관에 영원히 보관된다. 전북미술관회가 20일 불의의 교통사고로 타개한 판화가 故 지용출 작가의 유작 63점을 기증했다. 이번 기증은 작가의 유족과 전북미술관회가 오랫동안 협의해 이뤄 낸 결과다. 전북도립미술관 후원모임인 전북미술관회는 4년간 회원들이 자발적으로 모은 회비를 지용출 작가의 유족에게 전달하고 판화작품을 받아 이날 자리를 마련한 것.
지용출 작가는 생전에 "예술가는요. 사회를 바라보는 시각이 확실해야 합니다. 의식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말이에요. 작가가 예술작품을 통해 미적인 아름다움만을 그리는 것이 아니라 지속적으로 사회참여를 해야 하는 거에요. 예술가들이 무조건 자기만족을 위해서 '유희성'을 추구하다보면 '나 홀로 예술'이 될 수 있어요. 예술이 사회에 참여하기 위해 관심을 갖고, 또 참여할 때 사회와 문화의 질이 한 단계 올라갈 수 있거든요. 결국 대중에 대한, 예술의 공공성에 대한 작가의 희생이 필요하다는 말이죠"라고 했다.
이처럼 그가 가장 중요하게 생각했던 것은 예술의 사회참여다. 이번에 기증된 작품들 역시 민중미술운동과 연관된 현실 비판적 인식과 환경과 무분별한 개발에 문제를 제기하는 것들이 많다. 또 일상생활 속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나무, 들꽃, 곤충 등을 소재로 한 작품들도 그의 예술세계를 가늠해 볼 수 있는 대표작들이다.
도립미술관은 이번 기증을 계기로 고인이 생전 마지막으로 의욕적으로 준비하다 끝내 개최하지 못한 서울에서의 전시를 2014년 5월 14~20일 전북도립미술관 서울관에서 열 예정이다. 고인의 기일과 맞춰 열리는 전시에는 유족들과 후배 예술인들이 고인의 유작과 함께 후기작을 다시 프린트해 선보인다.
충북 괴산 출생인 故 지용출 작가는 5살 때 서울로 이주해 추계예술대학교에서 판화를 전공한 후 작가로 활동하다 30세에 아내의 직장을 따라 전북에 정착했다. 전북판화가협회 회원으로 활동하면서 전북민미협 창립에 참여하는 등 활발하게 활동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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