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란치스코 교황이 17일 북한, 중국 등 아시아 지역의 교황청 미수교 국가와 대화 의지를 적극적으로 드러냈다.
교황은 이날 충남 서산 해미 순교성지 성당에서 아시아 주교단을 상대로 한 연설에서 “아직 교황청과 완전한 관계를 맺지 않는 아시아 대륙의 몇몇 국가들이 모두의 이익을 위해 주저 없이 대화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교황청 대변인인 페데리코 롬바르디 신부는 이 연설 뒤 기자설명회에서 “교황이 교황청과 외교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아시아 국가들과 선의의 대화를 나누고 수교를 하고자 하는 의지를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교황은 연설에서 구체적인 국가를 거명하지는 않았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중국을 떠올리겠지만 대화하자는 교황의 말씀은 비단 중국뿐 아니라 교황청과 관계를 수립하지 않은 아시아 다른 국가인 북한, 베트남, 미얀마, 라오스, 브루나이도 대상이다”라고 덧붙였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지난 14일 한국 방문길에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중국인에 대한 축복 메시지를 전했던 터라 이번 교황의 한국 방문을 계기로 교황청과 중국 정부 간 실질적인 관계개선이 이뤄질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교황청과 중국 정부와의 관계는 교황청이 1951년 대만 정부를 인정한 이후 60년 넘게 사실상 단절된 상태다.
중국의 가톨릭은 정부가 신도 관리를 위해 1957년 만든‘관제단체’인 천주교애국회와 교황청을 따르는 지하 교회로 나뉘어 있다. 천주교애국회는 주교 임명도 국가 주권의 영역이라며 교황의 허락이 필요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교황이 방한을 계기로 잇따라 화해를 시사하는 메시지를 내놓으면서 관계개선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교황은 앞서 방한 전세기에서 중국 영공을 지나면서 “중국의 시진핑 주석과 국민에게 안부를 전한다. 중국에 평화와 행복이 있도록 하느님이 축복해달라”고 메시지를 보냈다.
교황이 영공을 지나는 국가에 인사 메시지를 전하는 관례가 있기는 하지만 교황이 아시아 방문길에 중국 영공을 통과하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중국 정부도 교황의 화해 메시지에 화답하는 모양새를 취하고 있다.
화춘잉(華春瑩)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5일 자국 관영 영자지 차이나데일리에 보낸 답변에서 “중국은 교황의 (축복) 메시지에 주목하고 있다”면서 “우리는 교황청과 지속적인 노력을 통해 건설적 대화를 진행하고 쌍방 관계 개선 프로세스를 추진해 나가기를 희망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중국 외교부는 홈페이지에 이런 입장을 공식적으로 게시하지는 않아 조심스러운 태도를 보이기도 했다.
롬바르디 대변인은 교황 방한 기간 한국에 가려던 중국 가톨릭 신도와 학생들이 출국금지를 당한 데 대한 의견을 묻자 “중국 가톨릭 신자가 이런(한국 교황 방한) 행사에 오거나 활동하는데 어려움이 있지만, 단계적으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대답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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