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향악단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내지 않는 연주자. 관객과 단원 사이에서 소통의 다리를 놓는 지휘자다. (사)익산시교향악단, 익산청소년교향악단과 주니어오케스트라, 서동오페라단의 지휘를 맡고 있는 이경호 씨(60)는 지역에서 보다 많은 연주 단체가 생겨나야 한다고 강조한다.
“즐길거리의 중앙 집중화를 탈피하고 전공자가 설 수 있는 무대를 만들기 위해 도내 곳곳에서 교향악단이 만들어져야 합니다. 음악인이 물론 처음에는 좋아서 하지만 음악을 통해서 시민이나 사회에 문화서비스를 제공해야 하는 의무가 있습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의 초창기 단원으로 활동하다 정읍, 익산지역에서 교향악단을 만들며 클래식 음악의 저변 확대에 힘써온 그는 “문화예술은 밑 빠진 독에 물 붓기가 아닌 투자다”며 “도내에서도 전주, 군산 등은 시립예술단이 있지만 그 외에 지역은 이런 단체가 부족해 문화적 격차가 크다”고 말했다.
아울러 그는 “현재 음악학과 학생이 졸업하면 지역에서 갈 곳이 없다”며 “결국 음악인구도 줄고, 예술인의 서울 중심적 사고와 함께 지역의 열악한 조건 등이 겹쳐 악순환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지난 1994년 프랑스 유학을 마치고 귀국한 뒤 전주에서 전북실내악단을 창단해 활동하다 1998년 정읍시교향악단을 만들었다. 2002년에 자신이 학창시절을 보낸 익산에서 전북교향악단을 거쳐 지역의 음악인을 모아 2010년 (사)익산시교향악단을 창단했다. 자신이 살던 집의 전세금으로 현재 교향악단의 연습실을 구하기도 했다.
애초 그는 오보에 연주자였다. 정읍 출신으로 남성고에 진학하면서 악기를 본격적으로 연주했고 원광대 음대를 졸업했다. 전주시립교향악단에서 오보에를 연주했지만 악기보다는 지휘에 뜻을 품고 1988년도에 사표를 내고 33살에 유학을 감행했다. 프랑스 낭시 국립음악원에서 어학을 수학한 뒤 파리 에콜 노르말에서 오보에와 오케스트라 지휘를 공부했다.
그는 “음악인이라면 지휘를 하고 싶은 욕심이 있다”며 “모든 악기뿐 아니라 음악에 대한 전반적인 이해가 즐거움을 배가한다”고 들려주었다.
연주자의 길을 접고 후배 연주자의 길잡이로 전환한 그는 현재 다음달 23일 익산예술의전당 개관 연주를 준비하는데 한창이다. 전체적인 프로그램을 짜고, 협연자를 섭외하느라 분주했다.
그는 “음악회라면 적어도 일주일 정도는 관객에게 그 에너지가 남아 생활의 활력소가 돼야 한다”며 “한정된 공간에 관객을 모아놓고 무조건 감동을 받으라고 강요하면 관객이 오지 않는 만큼 함께 호흡하고 공감을 이뤄 다음에 또 오고 싶은 연주회를 만드는데 중점을 둔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그는 “악기를 다루는 사람이 먼저 즐겁고 감동을 받아야 관객에게 이를 전달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가 소망하는 교향악단은 활동의 안정성이 보장되는 문화단체다.
그는 “외국에서는 오케스트라를 기초 예술로 보고, 기초 과학처럼 국가에서 지원한다”며 “프랑스에는 파리, 마르세유, 리옹 등 각 지역에 교향악단이 있지만 국립으로 운영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단원이 지역을 떠나지 않고 연주활동을 지속해 예술단체가 시민에게 기쁨과 즐거움을 주는 한편 지역민과 예술인이 패배의식에서 벗어나 서로를 존중하는 인식이 자리잡길 바란다”고 보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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