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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 찍고 있다' 영상 공익신고 급증

올 전북 1만 2000여건…전년 동기비 110% 늘어 / 블랙박스·스마트폰 이용 얌체 운전자에 경각심 / 의식 변화 긍정적 평가 속 무분별한 신고 우려도

#1. 지난 5월 급한 일 때문에 전주시 고사동에서 운전을 하다 불법 유턴을 한 A 씨(41)는 다음부터 다시는 교통법규 위반을 하지 않으리라 마음먹었다.

 

뒤따르던 차량이 자신의 블랙박스 영상을 캡처해 스마트폰을 이용, 중앙선 침범으로 경찰에 신고했고 과태료 6만 원을 부과받았기 때문이다.

 

A 씨는 “단속 경찰이 없기도 했고 급한 마음에 유턴했는데 다른 사람이 신고할 줄은 몰랐다”고 한숨을 쉬었다.

 

#2. 회사원 김모 씨(39·전주시 삼천동)는 최근 집으로 날아온 교통법규 위반사실 통지서만 생각하면 어이가 없다.

 

지난달 13일 오후 5시 12분께 전주시 덕진동 백제교 사거리에서 자신이 운전하던 승용차가 ‘제차 신호 조작 불이행’을 했다며 경찰서에 출석하라는 내용이었다.

 

평소 교통법규를 잘 지키며 운전해온 김 씨는 아무리 생각해봐도 자신의 법규 위반 사실을 기억할 수 없어 통지서에 적힌 경찰서로 전화해 내용을 알아보니 자신의 차량이 깜빡이를 켜지 않은 채 우회전을 했다는 내용을 다른 운전자가 국민 신문고에 신고했고, 증거로 블랙박스 동영상까지 첨부했다는 것이었다.

 

김 씨는 결국 경찰서에서 3만 원의 과태료 고지서를 발부받았다.

 

김 씨는 “좌회전 신호에서는 당연히 깜빡이를 켜야 하지만 차선 변경이 아닌 우회전할 때도 깜빡이를 켜야 한다는 것은 몰랐다”며 “교통법규를 위반한 것은 내 잘못이지만 다른 차량에 큰 불편을 준 것도 아닌 경미한 위반을 이렇게 블랙박스 동영상까지 올려 신고한 사람도 너무하다는 생각이 든다”고 하소연했다.

 

누군가가 당신의 교통법규 위반 사실이 고스란히 담긴 영상을 첨부해 신고한다면 어떨까.

 

블랙박스와 스마트폰 등 각종 첨단장비 사용이 늘면서 ‘나만 편하면 그만’이라는 얌체 운전자들의 법규 위반행위에 경각심을 주고 있다.

 

그러나 고의성 없는 경미한 교통법규 위반자에게는 각박한 세태에 대한 쓴웃음을 던져주고 있기도 하다.

 

6일 전북지방경찰청에 따르면 지난 2013년 5월 3일 교통공익신고제도 시행 이후 인터넷 국민 신문고나 스마트폰 국민제보 앱을 통해 접수되는 공익신고가 폭증하고 있다.

 

이곳에 접수되는 신고는 대부분 영상매체를 이용한 신고인데, 다른 차량이 교통법규를 위반하는 블랙박스 동영상을 갈무리해 인터넷을 통해 올리는 형태다.

 

올해 8월 초까지 도내에서 접수된 영상매체 신고 건수는 모두 1만2390건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5,653건에 비해 무려 119%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1년 동안의 영상매체 신고 10633건을 이미 훌쩍 넘긴 건수다.

 

올해 8월까지의 영상매체 신고 유형 가운데는 신호위반이 3645건으로 가장 많았고, 앞선 김 씨의 사례처럼 방향전환신호불이행이 2537건으로 뒤를 이었다.

 

교차로통행방법 위반(꼬리물기)은 1375건, 중앙선침범 1300건, 기타(61개 교통법규 위반 사항 총계) 3533건 등의 신고가 접수됐다.

 

영상매체를 이용한 신고가 폭증하면서 전북경찰은 이 같은 신고 처리를 담당하는 전담 직원까지 뒀다.

 

포상금 지급대상도 아닌 공익신고 증가에 대해서는 긍정적 평가가 많다. 누군가 자신을 지켜보고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면 교통법규 준수 의식이 높아져 선진 교통문화 정착에 도움이 될 것이란 점에서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무분별한 신고가 각박한 세태를 만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세세한 교통법규를 잘 알고 있지 못해 경미한 위반을 하는 운전자들에 대해서까지 신고가 남발될 수 있기 때문이다.

 

경찰 관계자는 “공익신고제에 대해서는 다양한 평가가 나올 수 있지만 법규를 위반하는 얌체 운전자들을 줄이고 나아가 선진 교통문화를 정착하는데 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백세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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