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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문예술거리 예술인은 어디로 갔나] ①웨딩거리로 모이는 예술인들 - 전주 웨딩거리, 새로운 문화촌으로 뜬다

동문거리 임대료 올라 이동 / 작업실·공방·카페 등 다양 / 프리마켓·공연·교육 활발 / "재미난 일 많아지길 기대"

전주 동문예술거리는 1970~80년대 책 향기를 뿜어냈던 홍지서림, 헌책방 등 서점가와 소극장, 화실, 예술인들의 사랑방이었던 삼양다방, 선술집 등으로 문화·예술인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 왔다. 하지만 한옥마을 상업화로 인해 인근 동문거리까지 건물 임대료가 오르면서 이를 견디다 못한 예술인들이 웨딩거리로 이동하고 있다. 거리 활성화와 문화향유 확대 등을 위해 지난 2012년부터 문화예술의거리 조성 5개년 사업도 진행됐지만 프로그램이나 홍보 등이 부족하고 젠트리피케이션(gentrification·구도심이 번성해 중산층 이상이 몰리면서 임대료가 오르고 원주민이 내몰리는 것)현상과 맞물려 효과는 미미한 상황.

 

한편, 웨딩거리는 터를 잡은 문화·예술인들이 공간을 만들고 다양한 문화 활동을 벌이면서 새로운 예술거리로 움트고 있다. 지역 예술인 거점의 지형 변화를 세 차례에 걸쳐 알아본다.

▲ 전주 웨딩거리 전경

최근 전주 웨딩거리에 예술인 창작공간을 비롯해 작은 공방, 갤러리 카페, 개성 있는 식당 등이 잇따라 생기면서 이 일대가 새로운 문화 예술거리로 떠오르고 있다.

 

길목마다 웨딩드레스 전문점과 웨딩촬영 스튜디오 등이 줄지어 서있는 전주시 중앙동 일대는 지난 2003년 구도심 활성화를 위해 조성된 웨딩거리다.

▲ 16년째 웨딩거리에 작업실을 두고 있는 윤철규 작가.

결혼 인구가 줄고 결혼식도 간소화 되면서 주춤했던 거리에 예술인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2002년에 들어온 윤철규 작가를 비롯해 김학곤 정해춘 표혜영 이종만 박만용 탁영환 이주리 김원 이권중 이상덕 그룹 켄즈 등 20여 명이 곳곳에 작업실을 두고 있다. 수제 가죽·인형·금속공예 공방, 예술 강좌 공간, 문화 행사 기획사 등 문화 관련 공간도 잇따라 들어섰다.

 

최근 3년 사이 많은 예술인들이 웨딩거리로 모여든 데에는 인근 동문예술거리의 임대료 상승이 크게 작용했다. 관광 명소가 된 한옥마을의 영향으로 옆 구역인 동문거리의 지가도 오르게 됐고 비싼 임대료 등을 감당하지 못한 예술인들이 화방, 전시장 등이 몰려 있는 구도심과 가까우면서도 임대료가 저렴한 웨딩거리에 터를 잡았다.

 

예술인이 모이고 공간이 만들어지니 흥미로운 활동도 생겨났다.

▲ 화교소학교에서 진행됐던 ‘비단길 프리마켓’

웨딩거리 내 화교소학교에서는 지난해 4월부터 한 달에 한 번씩 창작품 등 판매와 예술 활동이 접목된 ‘비단길 프리마켓(free market)이 열린다. 이곳에 터를 잡은 문화 기획단 ‘보따리단’이 거리 활성화를 위해 기획한 행사로 근방의 상점, 예술인이 참여해 직접 만든 작품 등을 판매하고 그림을 그려주거나 공연을 한다. 겨울은 쉬고 날이 풀리는 3월경부터 재개한다.

▲ 김시오 작가 작업실에서 진행된 ‘문화예술교육축제-비단길 피카소’ 미술교육

지난해 11월에는 전북문화관광재단이 주최·주관한 ‘전북문화예술교육축제-비단길 피카소’ 축제도 열렸다. 감성적이고 독특한 공간들과 예술교육을 접목해 일상 속에서 문화·예술을 활성화시키겠다는 의도다.

 

작가들이 주변 식당이나 카페를 다니면서 예술적 교류 활동도 일어났다. 음악인 황대귀, 최동일씨는 지난해부터 매달 둘째주, 넷째주 월요일 주점 ‘꽃’에서 무료 재즈 공연을 한다. ‘상상 카페’에서는 예술인을 위한 후원의 형식으로 하루에 한 잔씩 무료로 커피를 주고 있다. 일부 식당과 주점에서는 미술작품을 전시하기도 했다.

▲ ‘비단길 프리마켓’에서 진행된 초상화 그리기

예술인 및 공간 관계자들은 “자발적으로 모이다보니 주도적으로 문화 활동을 이끄는 구심체는 없지만 이제 사람이 모이고 시작하는 동네인 만큼 시민들과 거리에서 함께 즐길 수 있는 재미난 일들이 많아지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관련기사 [동문예술거리 예술인은 어디로 갔나 ② 반복되는 예술거리의 위기] 맛집 골목된 거리, 문화공간은 없다
김보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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